앤드류 월즈 박사. 국민일보DB
세계적 선교역사학자이자 세계 기독교학 개척자인 앤드류 월즈(사진) 박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3세.
그는 교회는 항상 사회 변화와 함께 ‘번역’(translation) 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기독교의 중심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이동하고 있음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공에 자만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월즈 박사에 따르면 교회는 번역과 타문화와의 적극적 교류를 통해 갱생해 나가야 한다. 이는 기독교 역사가 항상 교차 문화적 접근을 거치면서 당대 문화 속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시대 환경과 문화에 적극적으로 교섭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쇠퇴할 수 있다고 봤다.
세계 기독교 중심의 이동에 대해서는 1900년까지 세계 기독교인의 80%가 유럽과 미국에 살고 있었지만 100년 후엔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세계 기독교인의 65%는 비서구권인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 살고 있다.
월즈 박사는 기독교는 역사의 쇠퇴와 부흥 속에서 확장을 거듭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 지역의 쇠퇴는 전체 기독교의 쇠퇴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독교는 아무에게도, 어떤 지역에서도 점령되지 않는다”며 “항구적 기독교 국가란 존재하지 않으며 유일한 기독교 문명 역시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기독 교회의 에너지 중심이 전 세계에 널리 분산됐기에, 교회의 확장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즈 박사는 1957년 감리교 선교사로 파송을 받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포라베이대학에서 교회사 교수로 사역했고, 나이지리아대학에서도 교수로 봉직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아프리카 교회의 역동성과 세계 기독교의 변화를 일찍부터 감지했다.
1966년 영국 에버딘대 스코틀랜드선교연구소 소장을 거쳐 에든버러대에서 비서구 세계기독교 연구센터를 창설해 초대 소장을 지내면서 기독교 중심의 이동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2008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세계 기독교의 지도력을 발휘했던 나라들은 언제나 중심에 서 있을 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계 기독교의 중심으로 부상한 한국교회도 만족할 게 아니라 깨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예일대 역사학자이자 선교신학자인 라민 사네 교수는 월즈 박사를 “아프리카 교회에 대해 이국적이고 호기심 많은 애매한 교회로 본 것이 아니라, 장차 다가올 기독교의 형체를 가지게 될 것으로 예견한 몇 안 되는 학자"라고 평했다.
세계적 역사신학자 마크 놀 교수도 "서구 기독교가 세계의 종교로 된 이유에 대해 앤드류 월즈보다 더 잘 설명한 사람은 없다. 그는 시대와 문화의 독특한 다양성을 넘으며 발전된 기독교의 의미를 선지자적 시각으로 발견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석학들과는 달리 책을 거의 펴내지 않았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의 선교운동(1996)'과 '교회사 속의 교차 문화 진전'(2002)을 빼면 나머지 두 권은 공저로 펴냈다. 월즈 박사는 책이 아니라 그에게서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 의해 많이 알려졌다.
미국복음연합(TGC)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월즈 박사가 2011년에 썼던 칼럼인 ‘세계 기독교, 신학교육과 학문’의 내용을 일부 발췌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월즈 박사의 날카로운 예언자적 시각이 돋보인다.
“오늘 서양 학교를 보니 맘몬에 대한 노예가 많다. 가장 큰 찬사는 이제 가장 큰 연구 보조금을 가져올 프로젝트에 붙는다. 거대 기업이 대학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지속적으로 대학을 부패시키고 있다. 서구 아카데미는 위험에 처해 있다. 기독교인들이 다시 한번 학교를 구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구원은 비서구 세계에서 올 수도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에서 학문적 이상이 다시 불타오르고 학문을 소명으로 여기고… 신학 학문에서 이것은 예배의 삶을 유지하고 기독교 선교와 적극적인 관계에 있는 학문적 공동체를 의미할 것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