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 초청 오찬을 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12일 자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의 무력감은 자초한 부분이 크다"고 비난했다.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 등 우리가 가진 카드를 스스로 다 던져버렸다"며, "스스로 손발을 다 묶고 '할 게 없다'고 하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보수 언론과 극우·보수 야당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국민들도 제기하는 바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과반수를 넘다드는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핵무기 옵션은 지극히 모순적이고 공허할 뿐이다. 우선 보수 진영은 한미동맹의 '신뢰'를 강조한다. 그런데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깔고 있다. 미국도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보수 진영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거나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국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하면 한미동맹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동맹의 핵심인 확장 억제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은 한미동맹을 깨자는 것이냐'고 반문하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극우·보수 진영도 한국의 핵 옵션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실제로 추진하지 않더라도 전략적 NCND(확인도 부인도 않는)로도 얼마든지 협상력을 높이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가당치 않다.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이 되려면 '3C'가 충족되어야 한다. 능력(capability), 신뢰(credibility), 전달(communication)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데 한국의 핵 옵션은 능력 단계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미국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핵무장 자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일보>조차 "실제로 추진하지 않더라도"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비유하자면, 한국 정부가 핵 옵션을 선언하거나 NCND를 밝히는 것은 칼을 칼집에서 뽑았는데, 칼날이 없는 칼자루만 손에 쥐고 흔드는 모양새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상대가 북한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결코 "협상력을 높이는 힘"이 될 수 없다.
설사 미국이 문 뒤의 총을 문 앞에 갖다 놓더라도, 즉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핵전쟁 억제 효과보다는 우발적인 핵전쟁의 위험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 추진은 칼자루가 아니라 칼날을 손에 쥐게 되는, 그래서 지극히 자해적인 선택이 되고 말 것이다.
끝으로 안보를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의 보수 진영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부디 "북핵을 막지 못하면 5천만 국민이 김정은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는 식의 모욕적인 언사를 중단하기 바란다. "김정은이 핵을 앞세워 무력 공산통일을 시도할 것"이라는 협박도 중단하기 바란다.
진정한 보수라면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한다. "김정은은 개꿈꾸지 말라. 한미동맹과 우리 국민의 자유 의지는 북핵보다 훨씬 강력하다. 우리는 결단코 북핵의 노예로 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