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하는 성교육

다시하는 성교육

복음제일교회 0 1,732 2021.01.27 23:41

뉴스

사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性)에 대한 나와 우리사회의 인식과 행동을 점검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기 위해 총 5회에 걸쳐 '다시 하는 성교육' 을 연재합니다. '생물학적 성'에 대한 정보 제공 중심의 성교육을 넘어, '삶으로서의 성'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나누고 싶습니다. [편집자말]
"섹스나 피임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말아주세요."

성교육 하러 학교에 가면 담당 교사에게 종종 듣는 요청이다. 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이들을 자극할 위험이 있고, 학부모에게 항의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지침'은 아이들의 성을 '문제'이자 '위험요소'로 보거나, 아예 아이들의 성을 부정하는 우리사회의 인식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들이 '성'을 알면 위험하다고?

최근 몇년간, 끔찍한 아동 성폭력 사건들이 크게 보도되면서 성교육이나 성폭력 예방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학교에서는 성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에 할당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성폭력상담소에도 관련 상담이나 강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의나 요청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위험한 성'으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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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은 위험하다? 성을 위험요소로만 다루는 접근이 오히려 성을 더욱 위험한 것으로 만든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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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접근이야말로 성을 오히려 더 위험한 것으로 만든다. 물론 성폭력과 같은 범죄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성에 대한 모든 사안을 위험하고 문제인 것처럼 여기는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이 살면서 마주하게 될 성과 관련한 수많은 일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고, 대처능력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을 부정하며 성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쉬쉬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들은 전보다 성적 발달 수준이 빠르다. 인터넷 보급으로 성 관련 정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쉽게 접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말해주지 않아도 어떻게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성을 접한다. 성에 대한 정보를 차단할수록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나 야동 등을 통해 왜곡된 성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성교육은 삶에 대한 교육

아이들 곁의 많은 어른은 여전히 여러 이유로 성교육을 다른 교육만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아이들이 성 관련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우리 아이는 그런데 관심 없다"며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빨리 알아봤자 좋을 것 없다"며 아이들과 성 관련 대화를 미루기도 하고, "크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아이들이 섹스, 자위 등 성에 관한 말을 하거나 TV나 영화에서 성적인 장면이 나오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도 많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아이의 성적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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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는아이, 난감한 어른>은 아이들이 성적 주체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교육을 미루거나 회피하지 말고, 일상 생활에서 해야 한다고 말한다.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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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성을 아는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성교육을 망설인다. 하지만 성교육은 단순히 성기나 섹스 등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성은 섹스나 성폭력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이며 우리의 삶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부터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일 등 우리의 존재뿐 아니라 삶의 중요한 과정들이 성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다.

따라서 성을 위험하고 문제적인 주제로 다루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중요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삶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성교육은 단순한 성기나 섹스에 관한 지식교육이 아니다. 내가 어떤 존재이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소통해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이다. 더불어 나의 몸은 소중하고 내 느낌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런 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배운다. 그러면 아이들은 좀 더 독립적이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자신의 몸과 성을 긍정하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랄 가능성도 커진다.

성교육은 일상에서부터

그렇다면 성교육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대부분의 어른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아이들의 성교육을 맡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교육은 몇 시간 동안, 한두 사람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성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몸과 마음으로 일상에서 익히고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을 부모나 교사, 주변 사람들에게 배운다. 걸음마나 대소변을 가리는 법부터 공부하는 법, 예의를 갖추는 법, 옷 입는 법 등 삶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주변에서 배우며 성장한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성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성교육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질문들을 무심히 넘기지 말고 일상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성에 대한 정보, 지식, 생각 등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가족, 이웃 등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받기에 학교나 지역사회에서도 일상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어른들부터 성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 교사, 주변 어른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게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평소 성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성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면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이들이 자신의 몸과 성을 긍정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부모를 비롯한 주변 어른부터 변해야 한다. 성교육자로서 자신이 어떤 성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고, 자신부터 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 열린 마음과 진지한 관심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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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우선 어른들부터 자신의 성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점검해야 한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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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성교육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몸의 변화를 겪을 때, 연애를 하거나 키스, 포옹, 섹스 등 스킨십을 할 때, 또는 성폭력 상황에 놓였을 때 등 중요한 국면에서 잘 판단하고 대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이들이 성적 주체로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염려와 두려움은 접어두고, 당장 아이들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 나의 성인식 점검하기*

다음 질문들에 답해 보자. '아니다'를 택한 문항 수가 많을수록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성에 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다. □ 그렇다 □ 아니다
나는 배우자와 성교육에 대해 무엇이든 이야기 할 수 있다.  □ 그렇다 □ 아니다
아이의 자위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 □ 아니다
내 아이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 □ 아니다
내 아이도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 □ 아니다
배우자의 섹스 요구에 상대방이 섭섭해 할지라도 거절할 수 있다.  □ 그렇다 □ 아니다
남편(아내)과 딸(아들) 사이의 스킨십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지면 그 느낌을 상대에게 말할 수 있다.   □ 그렇다 □ 아니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를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  □ 그렇다 □ 아니다
야한 옷차림이나 화장은 성폭력과 상관없다. □ 그렇다 □ 아니다

* 출처 : <준비된 부모를 위한 성교육 Q&A '거침없는 아이 난감한 어른'>, 김백애라·정정희 지음, 문학동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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