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 강남을 꼬집다

강남 스타일. 강남을 꼬집다

복음제일교회 0 1,711 2021.01.27 20:30

싸이의 ‘강남스타일’, 강남 집 값 올릴까?

서정렬 영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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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타일’, 강남을 꼬집다

 

‘강남스타일’이 대세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서 2억 번이나 조회됐다고 한다. ‘길보드’(?)가 아닌 미국 빌보드 싱글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는 11위에 올랐다. 놀라운 기록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아니러니 하게도 ‘A급’이 아닌 ‘B급’이다. 싸이는 B급이다. 장동건 같은 A급이 아니다. ‘B급 문화’를 달리 키치(Kitch)문화라고도 한다. 키치는 천박하고 저속한 모조품 또는 대량 생산된 싸구려 상품을 지칭한다. 그렇다고 저질로 보면 안된다. 의도된 ‘B급’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듯한 ‘A급’보다는 어눌한 ‘B급’이 뜨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B급 문화’가 대세다. 유례없는 경기 불황이 주요 배경 중 하나다. 미국 내 싸이 열풍 역시 이러한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어려운 때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B급 문화는 ‘힐링(healing, 치유)’인 셈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날개 꺾인 세대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셈이다. B급 문화의 속성이 이러하니 싸이의 ‘강남스타일’ 속 강남은 강남에 대한 애증인 셈이다.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상대적 비하인 꼴이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에 대한 해외 언론의 평가는 이렇다. “AP는 싸이의 노래가 “강남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증을 파헤친다”고 평론을 소개했다. 애증의 대상이 된 강남의 기득권을 해학적이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강남스타일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다시 한 번 ‘강남’에 주목한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강남스타일의 성공에 따른 당연한 관심이라면 강남에 대한 우리식의 관심은 억측에 가깝지만 그래서 ‘강남의 집 값이 오를까?’이다. 강남은 우리에게 그런 대상이다. 또는 주택시장이 ‘B급 문화’와 연관될까? 연관된다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중이다. 결론부터 얘기 한다면 강남스타일은 강남을 얘기하지만, ‘강남스타일’ 속에는 강남이 ‘없다’. 강남이 등장은 하지만 강남을 꼬집는 싸이의 배경이지, 결코 3.3제곱미터 당 3천만원 수준을 뽐내는 아파트공화국으로서의 강남이 아니다. 강남스타일은 그래서 강남을 얘기하지 않는다.

 


‘강남스타일’, 칩 시크(cheap chic)한 새로운 ‘B급 주거’를 얘기하다

 

주택시장도 ‘B급 문화’와 연관될까? 관련성이 있을까? 2012년 여름 장마철 비수기를 보내고 가을 이사철이라는 성수기를 맞는 시점임에도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전체적으로 ‘정중동’이다. 움직임이 약하다. 아니 체감적으로는 거래 자체가 ‘없다’. 바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 110만 가구로 추산되는 하우스푸어와 이들과 비슷한 여건에 놓인 많은 사람들이 ‘주거소비’로서의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본인들의 경제적 여건 또한 불확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개별적 의사와는 상관없이 현재의 주택시장 여건상 발이 묶여 있는 형국이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수도 없고, 더 떨어질 것처럼 보이는데 여전히 비싼 가격에 살 이유가 없다는 서로의 이해타산이 내수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가계의 소비지출을 감소시킨다. 쓰고 싶어도 참는 것이다. 여기에 수입 감소는 주택소비 자체가 사치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지출 감소와 수입 감소는 주택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야기 시키고 있다. 공간적으로는 집값이 비싼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외곽 쪽으로는 공간이동을 촉발시킨다. 도시 외곽 또는 주변부로의 공간이동이 쉽지 않은 경우 경제적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여전히 비싼 아파트 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주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작은 아파트,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 주택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아무 ‘상품’이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저렴하면서 실용성과 세련미를 갖춘 칩 시크(cheap-chic) 상품으로서의 소형 아파트 또는 저렴한 원룸형 다세대주택을 선택한다.

 

주택소비로서의 ‘B급’ 선호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다. 당분간 지속될 트렌드 또한 아니다. 오히려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방식(way of life)이자 뚜렷한 방향(direction)일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현재 보다 심화될 경우 주거소비로서의 개인적 선호는 현재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머니 경제에 맞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서의 주거소비는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품에 대한 선호로 나타날 것이다. A급의 가격을 지불할 수는 없지만, A급에 버금가는 품질을 기대하는 소비자 중심의 니즈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저렴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B급 상품으로서의 ‘칩 시크(cheap chic)‘한 주택상품 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어느 업체가 강소주택으로서의 B급 주거상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급하느냐가 뉴 페이스로서의 주택건설업체로 부각될 것이다. B급이지만, B급임에도 싸이는 새로운 오리진(origin)이 된 것처럼 바야흐로 제대로 된 ‘B급’ 주택상품이 대접받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주택시장의 시각에서 바라본 ‘강남스타일’에 강남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강남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강남’은 이 시대를 이해하는 분명한 ‘코드(code)’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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