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부와 넋 잃은 정치권

안철수 기부와 넋 잃은 정치권

복음제일교회 0 1,711 2021.01.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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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기부에 넋 잃은 정치권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ㆍ환영·긴장… “재단 설립 땐 돈·인물 몰릴 것” 해석 분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의 주식 기부가 정치권에 다시 한번 긴장과 고민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 원장이 당분간 공개적인 행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가장 비정치적인 행위로 커다란 정치적 파장을 몰고왔기 때문이다.

‘기성정치의 시각’으로 볼 때 최대 관심은 안 원장의 주식 기부가 정치적 활동 기반으로 연결될지에 맞춰진다. 안 원장은 자신의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했고 몇 명의 인사들이 안 원장과 뜻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기부가 종잣돈이 돼 가칭 ‘안철수 재단’이 설립되면 안 원장이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 활동과 인맥의 축이 될 수 있다. 재단에는 돈만 모이는 것이 아니다. 좋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모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안철수 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모두 주시하고 있는 제3세력 중심의 창당과 안철수 재단을 견줘보는 시선도 여의도에서는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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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농성 격려 박근혜 “기부는 좋은 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 합의처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태근 의원을 찾아 이야기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재산 사회 환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원장의 기부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일”이라는 안 원장의 설명과 상관없이, 정치권에서는 이번 발표를 훌륭한 정치적 이벤트로 보고 있다. 안 원장에게 이런 정치적 조언을 할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가진 멘토가 있을 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10·26 서울시장 선거 때 안 원장이 박원순 시장(55)에게 후보를 양보하면서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폭등했다며 “강남좌파”로 명명했다. 그런 꼬집기가 무색하게 안 원장은 정치 참여 논란 후 주가가 오른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졌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재산 논란을 털고 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주식 기부는 안 원장의 소신이겠지만, 때를 지금으로 한 것에는 분명히 조언해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환영과 긴장, 침묵, 무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는 15일 “안철수 원장의 기부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개의치 않고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고, 친박계 다른 의원은 “이수성이 서울대 총장 했다고,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 해봤다고 대통령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연상된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여권 쇄신파는 보다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원희룡 최고위원(47)은 트위터에 “일파만파의 울림을 부르는 진정한 내공. 한 사람의 땀과 눈물로 피의 결정체가 보석으로 빛난다”고 밝혔다. 남경필 최고위원(46)은 “아름다운 일… 그의 공적 헌신성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고, 홍정욱 의원(41)은 “경의를 표한다. 기부는 절대선, 비판은 정계입문 전에 사재 절반 환원해본 분들만 하시길”이라고 적었다. 지난 8월 5000억원 기부 의사를 밝힌 정몽준 의원(60)은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잘하신 것”이라며 “안 교수가 너무 늦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부자 클럽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특별한 공식 반응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54)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극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쟁과 거리두기 '계산'?
정치적 경험 부족 노출 최소화?
박원순 지지 때도… 재산 환원도… 안철수, 왜 서신 정치인가
입력시간 : 2011.11.15 21: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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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일 경기 수원에 있는 대학원으로 출근하면서 재산 환원 결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신 정치', '말을 극단적으로 아끼는 정치'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안 원장은 9월 초 정치 무대에 등장한 이후 중요한 메시지를 발표할 때마다 편지를 활용했다. 안 원장이 14일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의 절반인 1,500억원(15일 종가 기준 1,74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서였다. 그는 지난달 서울시장 보선 막판에 자필 편지를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박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안 원장의 편지들은 기성 정치권의 장황하고 직설적인 성명, 논평 등과 달리 간결하고 감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원장이 박 후보에게 보낸 편지에선 '박원순'이라는 이름도,'한나라당''야권''정권 심판' 같은 정치 용어들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안 원장은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로자 파크스 사례를 인용했다. 이번 편지에서는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등의 표현을 써서 지식인과 대중의 마음에 다가가려 했다.

안 원장은 직접 '입'을 여는 경우에도 말을 아낀다. 그는 '단문(短文) 정치'를 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보다도 훨씬 더 말에 인색하다. 안 원장은 15일 오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앞에서 가진 재산 기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단 두 마디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이메일에 들어있던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되풀이했을 뿐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안 원장이 자청한 것이었음에도 그는 질문도 받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안 원장은 이전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한 적이 거의 없다.

말을 극도로 절제하고, 말보다 글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안철수식 정치는 파격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경험 전무와 국정 지식 부족 등의 단점을 드러내지 않고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담긴 화법'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의 절제된 말은 정치권의 소모적 언쟁과 정치인들의 거짓말, 막말에 염증을 느낀 탈(脫)정치 무당층과 중도층을 매료시키는 측면이 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대중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말보다는 글에 더 많은 고민과 진심이 담겨 있다고 느낀다"면서 "또 전화통화보다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젊은층은 글에 더 친숙하다"고 말했다.

물론 신비주의에 가까운 안 원장의 말 아끼기가 용인되는 것은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정치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다.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이라면 국민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고 자신의 비전과 소신, 정책들을 낱낱이 설명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단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일 실행 옮긴 것뿐"


광교=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단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일을 실행에 옮긴 것뿐입니다. 그렇게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5일 경기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앞. 전날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반(현재 지분 가치 약 1,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여론의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이 몰려 들었다.

약속됐던 시간보다 약 5분여 늦은 오전 9시 반경 모습을 드러낸 안 원장은 "여기에 오라고 말씀 드린 이유는 밤새 집 밖에서 추운데 고생하실까봐 그런 것일 뿐, 특별히 기자회견이나 입장을 밝히려고 그런 건 아니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 동안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학 책임이나 사회 공헌에 대한 말씀을 많이 드렸었는데, 그 일을 행동에 옮긴 것 뿐"이라며 "단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 참여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에 일단 선을 그은 셈이다.

그는 대학원 앞 입구에서 이처럼 약 1분여간 짧게 입장 표명을 한 뒤 쏟아지는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은 채 원장실이 위치한 대학원 1층 안으로 들어갔다.

전날 저녁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를 통해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회견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은 안 원장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취재진이 몰려들자 대학원 관계자들이 대학원 1층에 위치한 회의실로 기자들을 안내하기도 했지만 안 원장이 건물 밖에서 간단한 입장 표명만을 하겠다는 뜻을 출근길 동안 전해 와 안 원장과의 만남은 건물 밖에서 이뤄졌다.

안 원장이 비록 자신의 사회 공헌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당분간 안 원장의 향후 행보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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