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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은 쓴맛을 자녀 입맛을 돋우고 갖가지 비타민이 풍부해 몸의 기운을 복돋워 준다. 특히 활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무직 종사자나 학생들에게 이롭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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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냉기를 뚫고 나와 봄기운을 머금고 있는 봄나물. 봄의 싹을 먹는 것만으로도 몸에 생기를 북돋울 수 있다. 봄나물은 역시 약한 쓴맛을 지닌 어린 싹(새순)을 먹어야 제격이다. 상큼.쌉싸래한 맛이 개위(開胃, 입에 침이 돌게 한다).조습(燥濕, 몸의 기운을 북돋워 준다).사화(瀉火, 허와 열을 내려준다) 작용을 하기때문이다. 대표적인 봄나물에 함유된 영양소와 한방적 효능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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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은 춘곤증 치료제=봄에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는 봄나물만 한 것이 없다. 활동량이 갑자기 늘어나고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는 봄엔 비타민 요구량이 겨울의 3~10배에 달한다. 봄나물엔 피로 회복,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 입맛을 되살릴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을 도와 '정신 건강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비타민 B1도 많이 들어 있다.
봄나물은 춘곤증 치료제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비타민 B1과 C의 결핍이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봄나물엔 이 두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봄에 식사를 거르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신하면 춘곤증이 더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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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냉이.씀바귀=모두 이른 봄에 나오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이 중 달래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밤에 잠이 잘 오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약성을 지녔다. 정력에도 유익하다. 그래서 우리 선조는 달래를 잘 씻은 뒤 줄기와 뿌리를 소주에 보름가량 담가 만든 달래술을 마셨다. 맛이 맵다.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이 들어 있어서다. 한방에선 '들마늘'이라 부른다. 단 성질이 따뜻하므로 평소열이 많은 사람이 과다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냉이는 맛이 단 편에 속하는 봄나물이다.
잠실 함소아한의원 김정현 원장은 "냉이는 춘곤증.식욕부진 환자에게 알맞다"며 "봄나물 중 비타민B1과 C가 가장 풍부한 '천연 비타민'"이라고 소개했다. 황사와 봄철의 건조한 날씨로 인해 눈이 피로하고 건조할 때(안구건조증 등)도 냉이가 묘약이다. 냉이는 된장찌개와 잘 어울린다.
씀바귀는 쓴맛의 대표 식품이다. 쓴나물.고채(苦菜)라고도 불렸다. 이 쓴맛이 미각을 자극하고 입안에 침이 돌게 한다. 그래서 "씀바귀를 잘 먹는 어린이에겐 식욕부진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한방에선 춘곤증이 심하거나 젖몸살.잔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처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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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돌나물=4~5월께 나오는 두릅은 어린 순을 먹는다. 잎 크기가 성인의 엄지 손가락만할 때 먹어야 연하고 부드럽다. 이보다 더 커지면 질겨진다.
경희대 한방병원 사상체질과 이준희 교수는 "두릅은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하는 약성이 있다"며 "활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사무직 종사자,학생에게 이롭다"고 조언했다.
두릅은 또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므로 만성 신장병 환자나 몸이 자주 붓는 사람에게도 효험이 있다. 따라서 두릅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말린 총목피를 당뇨병.신장 질환 등의 약재로 쓴다는 것.
돌나물은 석상채라고도 불린다. 이 나물도 맛이 쓴 새순을 먹는 것이 좋다. 봄에 돌나물을 초무침이나 물김치로 만들어 먹으면 식욕이 되살아난다. 약재로도 쓰였다. 말린 돌나물은 해열.해독 효과가 있다. 생즙은 피로를 풀어준다. 손을 베었을 때 생즙을 환부에 바르면 부기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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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과 민들레=쑥은 봄나물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온다. 5월 단오에 채취한 것이 약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쑥은 과거부터 한방이나 민간요법의 약재로 널리 쓰였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다. 민간에선 코피 등의 지혈제와 설사약으로 썼다. 코피가 멎지 않으면 쑥을 태운 재를 콧구멍에 붙였다. 설사 환자에겐 쑥 한 줌과 생강 한 뿌리를 함께 넣고 푹 달여 마시게 했다.
쑥은 성질이 따뜻하다. 먹으면 손발이나 복부가 따뜻해진다. 몸이 데워지면 혈액순환도 잘 된다. 한방에서 쑥은 혈액순환 개선제다. 평소 몸이 차가운 수족냉증.생리통.배앓이 환자에게 쑥과 함께 쑥뜸을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민들레는 쑥과는 반대로 성질이 차다.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이 열로 인한 종기.염증 등을 가라앉히기 위해 먹는다면 효험을 볼 수 있다. 한방에선 과로하면 방광염.요도염.질염 등이 잘 생긴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 민들레를 처방한다. 한방명은 포공영이다. 민들레는 여린 잎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거나 깨끗이 씻은 뒤 쌈을 싸 먹거나 겉절이.샐러드를 해서 먹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