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하나? 점집에서 묻지마세요

어떻게 살아야하나? 점집에서 묻지마세요

복음제일교회 1 15 01.30 23:11
시민기자 북클럽 4기입니다. 꾸역꾸역은 '어떤 마음이 자꾸 생기거나 치미는 모양'을 뜻합니다. 책을 읽고 치미는 마음을 글로 잘 담겠습니다.[편집자말]
책을 선택할 때 베스트셀러를 자주 집어드는 편이다. 잘 팔리는 책이 꼭 좋은 책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어느 정도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고,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전이 답했다> 이 책 역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기에 펼쳐보았다. 개인적으로 고전을 좋아해서 어떤 삶의 해법이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개그맨이었던 저자의 대중적 인지도에 힘입어 이 책이 인기를 끌게 된 건 아닐까,라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온몸이 부서지는 사고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섰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작가와 강연자, 요식업 대표로 변신해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의 인생 여정을 보며 선입견을 내려놓고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구하기 위해 남을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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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고전이 답했다> 책 표지 ⓒ 라곰관련사진보기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고전 속에서 찾은 지혜로 답한다.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칼 구스타프 융의 <칼 융 레드 북>,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박경리의 <토지>, 사마천의 <사기열전> 등 동서양을 대표하는 고전에서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독자들에게 전한다.

끌려다니지 말고 자신의 의지 대로 살아라, 풍요가 아닌 결핍이 만족을 낳는다, 고통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쳐라,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의도(돈, 성공)를 앞세우지 말아라,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길이다 등의 해법은 이미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그걸 삶에 적용하는 저자의 방식은 새롭게 다가왔다.

<변신>을 처음 읽었을 때 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혐오하고 구박하는 가족들을 보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꼈었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가족의 모습이 그저 소설 속 허구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임을 알기에 입맛이 썼다. 그런데 같은 작품을 읽고도 긍정의 언어로 바꾸어 삶에 적용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정확하게 내가 벌레로 변했다. 교통사고로 몸이 부서져 몰골이 흉했고, 병실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힘도 없었다. 벌레가 되자 인간일 때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이 전혀 쓸모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중략) 벌레는 재산을 쌓지 않는다. 토끼도, 여우도, 사자도, 소나무도, 꽁치도 남이 시키는 대로 살지 않는다. 오로지 내면에서 나오는 진짜 자신의 목소리인 본능에 따라 산다. 후회하지 않는다. - <고전이 답했다> 18~19쪽

"한낱 벌레일지라도 자기 의지대로 산다면 그렇게 살지 않는 인간보다 낫다." - <고전이 답했다> 21쪽

책을 통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곤 하지만 대개 다짐에서 끝날 뿐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변화를 시도하고픈 욕구가 꿈틀거렸다. 저자가 고전에서 찾아낸 방법들 중 내게 가장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본래 나의 모습으로, 그리고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모든 존재는 자신 외 다른 존재에게 이롭기 위해 창조됐다. 나무도, 풀도, 물고기도, 곤충도 모두 다른 존재에게 이로움을 주며 살아간다. 하물며 인간은 더욱더 그래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이 생기고 언어를 발명하면서 오로지 내 욕심, 내 돈, 내 명예, 내 행복만을 위해 살도록 세뇌당했다. - <고전이 답했다> 142쪽

많은 사람들이 진짜 자기 모습 찾기를 중간에 포기해서 그렇지, 끝까지 찾아간 사람들은 결국 자기가 태어난 이유인 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게 우주의 법칙이고 파울로 코엘료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 <고전이 답했다> 247쪽

타고난 모습으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들을 난 산책길에서 본다. 매서운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하천 옆에 조성된 보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바싹 말라 바스락 하고 부서질 것 같은 덤불들이 눈에 들어온다. 생명이 다한 것 같은 그 잔해는 내 눈엔 쓸모없어 보이지만 겨울을 나는 새들에게는 소중한 먹이의 공급처이자 천적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피난처이다.

나무와 이끼의 관계는 또 어떠한가. 그저 타고난 대로 살아갈 뿐인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 속에 있다. 거대한 시계 장치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자연의 신비를 걸으며 흘러드는 풍경 속에서 느낀다.

인간 역시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서로 도우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자연의 순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본 기사가 더 마음을 강하게 두드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달 초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한 수도원과 갤러리에서 화장실과 몸을 녹일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해 화제가 되었다. 혹한의 날씨에도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과 그들을 향해 온정 어린 손길을 내민 사람들을 보며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이타적 행위는 저자의 말처럼 결국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몇 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유시민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세상엔 자기 이익과 관계없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의 방식에 창피함과 비겁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즉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작가 본인도 그런 이유에서 유신 말기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나를 구하기 위해 남을 도와야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이런 협력을 통해 지금까지 생존해 올 수 있었다.

나만의 가치 찾기 그리고

꾸준히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나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으리라.
꾸준히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나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으리라. ⓒ boliviainteligente on Unsplash관련사진보기

"올해 목표가 뭔가요?" 새해가 밝고 종종 듣는 질문이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연초를 보내다 보니 특별한 목표를 정하지 못해 '좀 더 많이 읽고 쓰는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순리대로
현재에 충실하게,
나와 남을 돕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고명환 작가는 책을 쓰고 식당을 운영하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치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300억 원이 모이면 왁자지껄하게 떠들 수 있는 도서관을 짓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글쓰기를 통해 타인과 세상에 다정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비관으로 흐르는 마음에 희망의 온기를 불어넣는 글을 쓰고 싶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쓰는 삶'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른 땅에 물이 스며들듯 쓰고 싶은 욕구가 점점 퍼져 마음을 적셨고 그렇게 지금은 기록하는 사람이 되었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가 가야 할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나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정 바람의 소리는 어디서 생긴 걸까요? 바람이 내는 소리일까요, 아니면 구멍이 내는 소리일까요? (중략) 답은 바람도 구멍도 아닙니다. 이 둘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죠. - <강신주의 장자수업 1> 151쪽

저자는 이 문장을 인용하여 기회는 공중의 바람처럼 우리 주변을 떠다니므로 자신에게 맞는 크기의 피리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준비해 놓은 구멍에 기회가 지나갈 때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이 책에 볼 수 있는 선인들이 남긴 선물을 펼쳐보자. 그리고 고전이 전하는 통찰로 가슴에 피리 구멍을 뚫어보자. 나만을 위한 피리 구멍이 아닌, 타인과 세상을 위한 피리 구멍을. 당신이라는 피리가 기회를 만나 아름답게 울려 퍼질 수 있길 바란다.

Comments

복음제일교회 01.30 23:49
한 해를 원하지 안 했는데도 내일이면 한 달이 끝나는 말일입니다. 창피할 만큼 허접한 홈피 입니다. 3등 국민은 TV를 보고 2등 국민은  라디오를 듣고 1등 국민은 책을 읽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서 읽으라고 홈페이지 운영자님이 홈피 갱신한다고  지우라고 하셔서 고민을 한참 하였습니다. 이전 글을 살릴 수 없나요?  했더니 복사해서 붙여 넣기를 하라고 허락하셔서 한 분이라도 읽고 도움이 된다면 보람이 된다 싶어 올리고 있습니다.  홈피도 무료로 운영합니다.
 76세 인지기능이 약한 종에게 배려해주신 ijesus.net 대표 황민호 님 오늘도 무한 감사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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