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9살짜리 어린이가 한자공부를 시작한 지 2년만에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을 획득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청주 동주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김 린(9)군이 한자공부를 처음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인 2006년 1월.
김군은 놀라운 암기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한자를 터득해 갔고 공부를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인 같은 해 4월 한국한자능력검정회가 주관하는 한자능력시험 7급을 따냈다.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한 김군은 7월에 5급을 따낸 데 이어 10월에 3급, 지난해 4월에는 2급을 연이어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 낙방은 단 한 차례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매번 우수상까지 타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김군은 그 뒤에도 명절과 아플 때를 제외하고 매일 2시간 이상씩 한자공부에 매달려 결국 지난 5일 한자능력검정회로부터 전국에서 두 번째, 충북에서는 최연소로 1급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점수는 200만점에 175점. 전국의 한자박사들이 모여 치르는 1급 시험의 평균 합격률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는 최상위권에 속하는 점수라고 한자능력검정회측은 전했다.
한자능력검정회 관계자는 "1급 시험의 경우 3천500자의 한자를 무리 없이 읽고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상용한자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거의 볼 수 없는 학술영역 한자도 다수 포함돼 한자에 단련된 인문학 교수들도 어려워하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3천500자라면 사서삼경과 논어는 물론 아무리 어려운 고서라도 어렵지 않게 독파해 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한자능력검정회의 설명이다.
학원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김군의 한자공부 비결은 반복 학습과 함께 바로 일기를 한자로 써 보는 것.
매일 한자로 일기를 쓰다 보니 문장 속에서 한자의 용법을 익힐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자어에 대한 응용력까지 덤으로 생겨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김군이 이렇게 지난 2년 동안 한자로 쓴 일기장만 10여권에 달할 정도다.
한자학습을 위한 부모님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김군의 아버지 김현경(45)씨는 김군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손수 시사한자와 상용한자를 공책 5권에 빼곡히 정리함은 물론 조간신문에 실리는 한자학습란을 잊지 않고 매일 스크랩했다.
김군의 좌우명은 수적천석(水滴穿石). 어떤 큰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뜻으로 2년 동안 한자공부를 하면서 터득한 삶의 철학이자 지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문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김군은 "부모님 말씀대로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이뤄질 것"이라며 나이에 걸맞지 않은 당돌함으로 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cielo78@yna.co.kr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