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남자들도 하기 힘든 화재진압반에 근무중인 여 소방관 4인방이 8일 대전 북부소방서에 모였다.(왼쪽부터 곽민정,이은우,최은선,안주선 소방사) (대전=연합뉴스) |
|
|
"처음 소방 호수를 잡았는데 날아갈 것 갔었어요. 깡으로 버텼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무서운 불기둥과 맞서 싸우는 미녀 소방관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전시 소방본부 산하 각 119 안전센터에 근무하는 곽민정(24), 최은선(27), 이은우(29), 안주선(23) 소방사 등 여소방관 4명이 그 주인공이다.
네명 모두 같은 계급으로 남자들도 하기 힘들다는 화재진압반에서 근무 중이거나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대전시 1천100여명의 소방공무원들 중 여자 화재진압 대원은 단 13명 뿐일만큼 여성들에게는 힘든 일이고 그만큼 소속 팀에서는 귀한 존재다.
어렸을 때 소방관의 도움으로 집이 불타지 않았다는 최은선 소방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소방관이 되고 싶어서 대학도 소방안전학과로 갔다"며 "2년간의 공부 끝에 소방공무원에 합격했을 때는 가족들과 얼싸 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곽민정 소방사는"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빨간 소방차를 타고 가서 호스로 물을 뿌려 불을 꺼요"라며 "처음 묵직한 소방호수를 잡았는데 날아갈 것 같았다"고 말하며 가슴 떨렸던 첫 출동상황을 떠올렸다.
곽 소방사 말대로 진압반은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해 다이어트가 필요 없을 만큼 매일 체력단련에 힘을 써야 한다.
화재진압반에서 근무를 하면 다양한 현장도 다니고 기억에 남는 애피소드도 많다.
안주선 소방사는 샤워를 하던 중 갑자기 울린 출동 소리를 듣고 머리에 샴푸를 묻힌 채 급히 옷을 입고 뛰어 나가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 소방관들에게는 샤워할 때 나름의 법칙이 있다.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머리 감기. 샤워하기, 세수하기 등을 각자의 편의에 맞게 나눠서 한다는 것.
머리를 감고 모두 말린 뒤, 다시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나서, 마지막으로 세수를 하는 것이다.
한번에 모두 하려다가 낭패를 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화재진압반의 생명은 신속한 출동"이라는 최은선 소방사는 "어느날 장을 보러 간 대형마트에서 미아 발생 안내방송을 위한 딩동댕~ 소리가 들리는 순간 몸을 돌려 달렸다"며 "딩동댕~ 소리가 소방서 출동 소리와 너무 비슷해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해 창피했다"고 말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곽민정 소방사는 "돼지 축사에 불이나 5시간 넘게 축사 옆에 쌓인 볏짚을 뒤집으며 잔 불을 끄고 집에 들어오니 온몸에 구수한 냄새가 나고 손에는 물집이 잡혀 고생을 했다"며 손을 매만졌다.
이들이 이렇게 체력적 한계를 느끼면서도 힘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보람'이다.
이은우 소방사는" 찬 바람 속에서 밤을 꼬박 새워가며 불을 끄고 나면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 뭔가 뭉클한게 끓어 오른다. 아~ 오늘 한건 했구나 하는 생각에 피곤함도 잊게 된다"고 말한다.
또 땀에 흠뻑 젖은 화재진압복을 벗었을 때 주민들이 건네는 고생했다는 '인사'와 '음료수 한잔'에 두 주먹에 힘이 불끈 솟는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이제 2~3년차에 접어든 4인방은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여기에서 배울게 너무 많다는 이은우 소방사는 "자격증 공부도 많이 하고 체력도 키워 팀원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며 "화재진압반에서 배운 현장 경험을 토대로 언젠가는 여성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전시 소방본부 조남성 홍보반장은 "소방관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은 남녀 차이가 없다"며 "쉽지 않은 일을 꿋꿋하게 잘 헤쳐나가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