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부들 “미국 간호사로 취업” 열기 돈도 벌고 자녀 유학 뒷바라지 ‘일석이조’… 미 간호사 면허시험 응시자 급증 |
미국 간호사의 급여와 처우가 한국 간호사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도 많은 주부가 NCLEX- RN에 도전하는 이유. 이화여대 간호과학연구소 임소연 교수는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에 시달리면서도 박봉을 받는 경우가 많아 결혼을 하면 상당수가 그만둔다. 하지만 미국에 가면 6만∼8만 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는 데다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 주부도 얼마든지 간호사로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을 준비하는 전직 간호사 안수미(가명·48) 씨는 “한국은 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문화가 강해 간호사의 직업 만족도가 낮은 편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NCLEX-RN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누구나 미국 간호사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미국 병원에 취업하려면 면허 취득 후 개별 인터뷰를 치러야 한다. 미국 병원에서는 간호사 실무 경력과 영어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 단계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 병원 인터뷰에 합격했다 해도 V.S.C(Visa Screen Certificate)를 받지 못하면 정식 취업이 안 된다. 미국 정부는 전문 분야의 취업비자를 발급하기 전에 신청자의 영어 실력 등을 검증해 V.S.C를 주는데, 의료 분야에서 V.S.C를 받으려면 IELTS 6.5 이상, 토플 550점(PBT) 이상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 지난 2월 NCLEX-RN 시험에 합격한 조수정(가명·29) 씨는 “NCLEX-RN 합격자 가운데 미국 병원 취업에까지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취업에 이르기까지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미국 병원이 주는 급여나 보상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美, 2016년까지 간호사 100만명 부족 2005년 간호사 인력난에 시달리던 미국 정부가 외국 이민자를 위한 간호사 취업 비자 5만개를 선발급하면서 취업의 문이 크게 넓어졌지만, 이 쿼터가 모두 소진됨에 따라 최근에는 미국 간호사 취업이 무척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예 유학 비자를 받고 미국 간호대에 진학하는 이들도 있다. 성신여대 간호학과는 미국 뉴욕시립대 레먼대학과 협약을 맺고 미국 간호학사 편입과정(RN-BSN)을 운영한다. 이 대학 송지호 학장은 “우리나라에서 전문대 간호학과 이상을 졸업하고 NCLEX-RN을 취득한 사람이 이 과정에 등록하면 레먼대학에 학사 편입할 수 있다. 이 대학에서 1년 과정을 마치면 미국 간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 비자 스크린 때 영어 점수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졸업과 동시에 연봉 5만8000달러를 받는 유급 실무연수(OPT)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과정을 통해 115명이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간호대학과 NCLEX-RN 학원가에서는 미국 간호사 취업의 문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연방하원에 상정된 ‘비이민 비자 신설 법안’에 외국인 간호사 비자를 연간 5만개씩 발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사회복지 시설의 간호사 인력난이 심해지는 것도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미국 노동국은 2020년까지 280만명의 간호사가 충원돼야 하는데 그중 30%인 80만명이 부족하다고 예측했고, 미국간호대협회(AACN)도 2016년까지 100만여 명의 간호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NCLEX-RN에 합격한 김은혜(가명·37) 씨는 “미국 병원에 취업해 아이와 함께 유학을 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 하지만 당장 취업을 못하더라도 이 자격증이 있으면 의료시장 개방 후 우리나라에 들어올 외국계 대형 병원에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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