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꿈꾸는 아이들 "연예계 추문도 우릴 막진 못해요" | |||||||||
초등생도 오디션…매주 수백명씩 몰려 매주 4명선발→월장원ㆍ연장원 선발→10%만 데뷔→10%만 성공 | |||||||||
이들은 모두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공개 오디션에 응시하기 위해 모인 연예인 지망생들. 이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많을 때는 1000명이 넘게 몰려와 오후 9시까지 오디션을 본 적도 있다"며 "갈수록 나이가 어려져 초등학교 4학년 학생도 혼자서 찾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 지원자 갈수록 나이가 어려져 = 탤런트 장자연 씨의 죽음으로 연예계의 어두운 한 단면이 드러났지만, 이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고 연예인의 꿈을 갖게 됐다는 양 모양(광명초 6학년)은 "친구들이 눈물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오디션을 보러 왔다"며 "꼭 연예인이 돼서 멋진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이 두 번째 오디션이라는 중학교 2학년 김 모양은 "꼭 가수의 꿈을 이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며 "노래만 할 수 있다면 사소한 어려움은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학생 중 몇몇은 기획사 경비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기도 했다. 경비 박 모씨(58)는 "오디션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 같은 아이들이 있다 보니 인사받는 일이 종종 있다"며 "몇 번을 떨어져도 계속 응시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오늘은 `놀토`라서 그런지 교복 입고 온 학생이 거의 안 보이지만 다른 토요일에는 학교 끝나자마자 교복 차림으로 오디션 보러 오는 학생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날 기획사 뒤편에는 아이를 따라온 엄마들이 모여 앉아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있다는 주부 김 모씨(44ㆍ서울 강동구 길동)는 "애가 죽어도 공부는 못하겠고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일주일에 세 번 연기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2가 될 때까지 어떤 결실이 없다면 그만두자고 딸애와 약속하긴 했지만 솔직히 불안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주부 이 모씨(45ㆍ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중1인 딸아이가 죽어도 가겠다는 걸 말릴 수 없어 따라왔다" 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씨는 이어 "노래를 잘하긴 하지만 엄마인 내가 봐도 연예인의 끼는 없는 것 같다. 차라리 오디션 보고 똑 떨어져야 정신 차릴 것 같아 같이 왔다"고 했다. ◆ 오디션 통과, 로또보다 어려워 = 수많은 학생이 몰려들지만 오디션에서 기획사와 계약할 권리를 얻는 것은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렵다. 이 기획사의 경우 매주 오디션에서 4명이 추려지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투표가 이뤄진다. 득표 수 1위인 지원자는 `주장원`이 되고 `주장원`끼리 경쟁에서 다시 `월장원`이 뽑힌다. 최종적으로는 `연장원`이 이 기획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획사와 계약을 맺더라도 연예인으로 데뷔할 기회를 얻는 아이들은 10%도 되지 않는다. 운 좋게 데뷔 기회를 잡더라도 이 중에서 성공할 확률 역시 10% 미만이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이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인들은 기획사에 목을 매게 되고 기획사의 부당한 요구에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대들이 또 다른 스타 등용문으로 생각하는 모 방송국의 스타킹이란 프로그램 역시 지원 열기가 대단하다. 인터넷을 통한 모집에서 매주 평균 100명 정도가 지원한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연예인이 될 것이라는 의지의 정도는 차이가 있어도 대부분은 `이렇게 해서 연예인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매체에서 연예인들은 완벽한 외모와 화려한 생활만 보여주기 때문에 연예인이 되면 부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며 "고 장자연 씨 사건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연예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도 있지만 자기중심적인 10대의 특성상 연예인이 되려는 청소년들이 줄어들지는 않을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