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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는 94세 할머니 이발사의 살아가는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점차 잊혀 가고 있는 일본의 전통과 삶의 근본적 의미를 할머니가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쿄 박장호 특파원입니다.
◀VCR▶
8개의 철도 노선이 교차하는
도쿄 신바시역.
기찻길 바로 아래
바바 호마레 이발소를
56년째 지키고 있는 주인공은
94살 가토 할머니입니다.
◀SYN▶ 가토 스가(94살)/이발사
"꽤 깎았는데 아직도 맘에 안 드네.
(괜찮은 것 같은데요.)
당신은 그럴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아니야."
살만큼 살았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붙어있어도
가위를 쥔 손에
아직도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직후
남편을 잃은 할머니는
이 조그만 가게 덕분에 두 딸을
버젓이 키워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냐고
자식은 말하지만,
할머니는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한
가위를 놓을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할머니를
단골들은 꾸준히 찾아옵니다.
◀SYN▶
"(시원해 보이네요.)
그렇지!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SYN▶ 손님
"어머니 같은 느낌입니다.
뭐든 얘기할 수 있으니까."
이발소 꾸려가는 또 다른 주인공은
이웃들입니다.
대신 장을 봐주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생기면
할머니 몫을 챙기는 걸
빼놓지 않습니다.
◀SYN▶
"참치예요. 바로 드셔야 돼요."
◀SYN▶ 가토 스가(94살)/이발사
"부모, 선배, 이웃. 자연...
나이가 들수록 점점 고맙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날마다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는 할머니는
정말 환하고 넉넉한 웃음을 지녔습니다.
◀SYN▶
"내 뼈 보관할 주머니야.
태우고 남는 것이 이 정도밖에 안 돼."
반세기 넘는 세월
한결같이 손님을 기다려온
바바호마레 이발소와 그 이웃들의 이야기는
일본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준다고
일본 사람들은 감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