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저리면 흔히 혈액순환장애를 떠올린다. 약국에서 혈액순환개선제를 구입해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노인이라면 뇌졸중의 초기 증상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손발 저림의 대부분은 말초신경의 이상 때문에 생긴다.
김승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손 저림은 매우 드물고, 뇌졸중 역시 손 저림 단독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며 “혈액순환장애나 뇌졸중을 떠올리는 것은 잘못된 의학상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혈액순환장애 환자는 저림보다 통증을 더 강하게 느낀다. 손, 특히 손가락 끝이 차갑고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끝이 하얗게 된다. 팔목부위에 맥박이 약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데 실제로는 매우 드문 병이다.
뇌졸중도 말초신경병증에 의한 손발 저림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주로 몸의 한쪽에서만 일어나고 갑자기 손바닥과 손등 양쪽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데 보통 언어장애나 반신 마비를 동반한다. 손발 저림이 발병 초기에 나타나기보다는 뇌 특정 부위가 손상돼 그 후유증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손발 저림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이 중년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손목굴증후군’이다. 손목굴은 손목뼈와 그 위를 덮고 있는 인대 사이의 공간을 말하는데 이곳으로 손바닥과 손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이 지나간다. 손목을 많이 쓰면 손목굴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면서 감각이 둔해지고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
빨래나 부엌일 등 손목을 많이 쓰는 주부나 감상샘기능저하증, 당뇨병 환자에게 잘 생기고 외상이나 골관절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손목굴증후군으로 인한 손 저림은 갑자기 발생하지 않고 서서히 발생된다. 밤에 잘 때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손바닥 쪽만 저리고 새끼손가락이나 손등에는 증상이 없지만 심해지면 엄지두덩이 근육이 위축 돼 젓가락질이 서툴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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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굴증후군 검사> |
저림 증상이 발끝부터 시작해 몸통 쪽으로 서서히 진행한다면 당뇨병의 합병증인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발목 부위까지 저려 올라온 후에 손끝이 저리기 시작한다. 발 저림은 손목굴증후군과 달리 다른 병의 2차적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손만 저린지 발이 저린지 혹은 둘 다 저린지에 따라 말초신경병의 진단과 치료가 달라지므로 이를 잘 구별해야 한다”면서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으므로 자가 진단해 병을 키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소현 MK헬스 기자 [swbs@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