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중반의 김모씨는 얼마 전부터 종종 가슴이 화끈거리는 불쾌한 통증과 목과 가슴 사이에
복숭아 씨가 걸린 듯한 답답함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혹시나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지만
내시경 검사를 해본 결과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국내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국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역류성 식도염 진료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 수가 205만명으로 최근 8년 새 4배가량 크게 증가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또는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돼 식도 곳곳이 헐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역류성 식도염을 방치할 경우 천식ㆍ후두염ㆍ식도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제때 치료해야 하며 예방하기 위해 과식을 피하고 고지방음식 섭취를 줄일 것을 당부한다.
◇식사 후 가슴통증 느껴지면 의심을=역류성 식도염은 위와 식도 사이에 위치해 위산의 역류를 막아주는 밸브역할을 하는 '하부식도괄약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발생한다.
식도 괄약근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만 열리는 것이 정상이나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느슨해지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고 위산이 식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게 된다.
역류성 식도염의 대표적 증상은 주로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느낌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신물 올라옴, 신트림,
속쓰림 등이다. 이용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야식을 즐긴 뒤에 심한
가슴통증을 느끼거나 소화불량이 지속될 경우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수 비에비스 나무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역류성 식도염을 방치할 경우
만성기침이 생기거나 목이 쉴 수 있고 후두염ㆍ천식 등이 유발될 수 있다"며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되면 식도와 위 경계부위에서 식도조직이 위조직처럼 변하는 바렛식도가 발생해 식도암 발생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역류성 식도염은 주로 내시경 검사로 진단한다.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이나 위식도운동촉진제를 사용해 치료하며 증상이 재발해 수년 이상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나 증상이 심해 식도협착이 일어난 경우 식도확장술 등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과식ㆍ야식하지 말고 체중 줄여야=가벼운 증상의 역류성 식도염은 식생활 습관만 개선해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우선 피해야 할 것은 과식이다. 자신의 소화능력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되다 만 음식이 위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위산분비를 늘리게 된다. 규칙적인 시간에 식사를 하고 평소 약간 모자란 듯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식사 후 바로 드러눕거나 웅크리지 말아야 하며 밤늦은 시간에 먹는 음식은 금물이다. 하부식도괄약근의 기능을 방해하는 기름진 음식, 술, 담배, 커피, 홍차, 박하,
초콜릿, 식도점막을 직접 자극하는 신 과일 주스,
토마토, 콜라, 사이다 등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비만인 사람은 체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복부 비만인 경우, 복부 지방이 복압을 높여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허리띠를 꽉 졸라맨다든지 꽉 끼는 바지를 입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평소에 몸을 과도하게 숙이는 행위를 피하고 취침시 베개나 쿠션 등을 이용해 상체부위를 약간 높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가벼울 때는 자연요법도 효과가 있다. 양손바닥을 비벼 손을 따뜻하게 만든 후 손가락 끝으로 명치에서 배꼽 방향으로 30번 정도 쓸어내리는 것을 하루 3회 이상 한다.
또 현미ㆍ시금치ㆍ상추ㆍ씀바귀ㆍ시래기ㆍ우거지 등 채소를 자주 먹고
한약재 중 창출과 진피(귤껍질)를 각 10g씩 물 2ℓ에 적당히 달여 어느 정도 증세가 완화될 때까지 먹어보는 것도 좋다.
(도움말=이호연 단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형동 화정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