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죽이고 싶어한 외국인들

한국인을 죽이고 싶어한 외국인들

복음제일교회 0 1,349 2021.01.26 13:29

한국인들 죽이고 싶어" 그의 섬뜩한 시선
편견과 연민 사이… 푸른 눈에 비친 구한말 조선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 발행ㆍ432쪽ㆍ2만3800원)
입력시간 : 2012.02.10 21:19:50
수정시간 : 2012.02.11 07: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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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게에 돼지를 지고 장으로 가는 짐꾼들. 20세기 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남긴 사진 가운데 하나가 짐꾼 모습이라고 한다. 글항아리 제공
"그곳에 가면 살인충동 느낀다" "다른 나라 지배받는게 더 행복"
조선 초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반도 다녀간 외국인들 기록 묶어
"끔찍한 자식 사랑" 따뜻한 시선도


'소설 자본론'으로 불리는 <강철군화>의 미국 작가 잭 런던은 20대 후반 러일전쟁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당시 약 4개월 동안 망국 전야의 전장 조선에 머물며 그가 써서 보낸 글들은 여러 신문, 잡지에 실렸고 그 글을 묶은 책도 나왔다. 당대의 진보 좌파였던 런던은 그 중 한 대목에서 한국을 뭉뚱그려 이렇게 묘사한다.

'백인 여행자가 처음으로 한국에 체류할 경우 처음 몇 주 동안은 기분 좋은 것과는 영 거리가 멀다. 만약 그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두 가지 강력한 욕구 사이에서 씨름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나는 한국인들을 죽이고 싶은 욕구이며, 또 하나는 자살하고 싶은 욕구이다. 개인적으로 나라면 첫 번째 선택을 했을 것이다.'

당시의 미국과 비교하자면 형편 없는 사회인프라나 부족한 공공시설, 물자 등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가 무엇보다 견딜 수 없다고 한 것은 나약하고 게으르며 도둑질 잘하고 약자에게 강한 한국인들의 심성이었다. 자신이 무슨 동물원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자 한국인들은 불필요하게 호기심이 많다는 비난을 쏟아낸다. 한국인이 잘 하는 일이 '딱 하나' 있다며 짐 끄는 동물이라도 되는 양 묵묵히 짐 지는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양총서의 하나로 나온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은 런던을 포함해 조선 초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반도를 다녀간 이방인들의 방한 사정과 그들의 한반도 관련 기록을 묶어 소개한 책이다. 책에는 세종 시기 명나라 사신들의 조선 방문이나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사행(使行) 같은 국가간 왕래에서부터 하멜처럼 표류자들이 남긴 기록, 천주교 선교를 위해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며 한국말을 익히고 풍습에 익숙해진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 고고학자 생물학자들의 박물지 등을 다양한 지도, 그림,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이 시기를 통틀어 가장 조선을 많이 다녀간 사람은 물론 중국인들이다. 명의 사신이 188회, 청은 245회 정도 다녀갔지만 기본적으로 사신 행차이기 때문에 조선의 풍물을 이모저모 다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역시 다양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인상기를 남긴 사람들은 선교를 위해 한국에 와서, 죽이지 않고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하는데도 떠나지 않겠다고 한 유럽의 선교사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파리외방전교회. 선교를 하는 동안 그들은 파리의 본부나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저런 조선 이야기를 많이 썼다.

그들의 눈에도 변변한 대포나 총, 철도나 기차, 공장도 없는 조선은 미개해 보였다. 조선의 양반들은 백성을 괴롭히고 가혹한 세금으로 착취하는 지배 계급이며 그들을 다스리고 통제해야 할 최고 권력자인 임금은 게으름뱅이에다 멍청하고 무능했다. 조선 사람에 대해서도 성격이 경박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까다롭고 탐욕스럽다고 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를뤼 주교는 조선 사람들이 무척 따뜻한 가족애를 지녔다고 평했다. '조선 사람들은 자기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며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가난하다고 자녀들을 내버리는 유럽 사람들은 창피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는 가족이나 친척끼리 평화롭게 어울려 지내는 모습 등 끈끈한 공동체 문화에 무척 감동한 듯했다.

일제의 동화 정책으로 빠른 속도로 말살되어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존할 의도로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전통, 궁궐, 마을 풍경, 자연 경관 등을 기록하고 사진과 스케치 등 이미지로 남긴 독일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도 그런 따뜻한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본 서양인이었다. 하지만 두 차례 한국에 왔던 그가 1911년 첫 방문을 마치고 부산항을 떠나며 쓴 글은 이렇다.

'대한 만세! 한국이여 만년 살아라!를 이별의 인사로 크게 외치고 싶지만, 정작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 이 민족은 국가를 잃었다. 아마 그것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침묵으로 순정한 한국 사람들에게 손을 젓는다. 아마도 같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자기 나라 지배자들의 통치 아래에서보다는 다른 나라의 지배 아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마치 한 민족을 무덤에 옮겨 놓는 장례식 행렬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런던의 러일전쟁 종군기를 소개한 조형근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객원연구원은 런던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부정확한 관찰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당대에 가장 비판적인 지식인에 속했던 그마저 '서구 중심주의'와 '사회진화론'이라는 사유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 또한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때 그들의 눈에 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로 비쳤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잭 런던의 눈길 끄는 기록은 <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한울 발행)로 나와 있다. 구한말 선교사 등의 기록은 신복룡 건국대 석좌교수 등이 옮긴 한말외국인기록 전집(집문당 발행ㆍ전 24권)이나 지금까지 20권이 나와 있는 살림의 '그들이 본 우리' 시리즈에서 더 자세히 만나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1차 자료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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