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땅 끝에 서다>의 한 장면ⓒ뉴스미션

순교 직전 오빠의 편지에는…

일평생 하나님만 바라보며 신앙생활 했지만, 가난 속에 몸부림치다 돌아가신 부모님, 아프리카 단기 선교 중 이슬람단체에 납치돼 희생당한 오빠(동우).

혼자 남겨진 주인공 혜진은 ‘하나님이 진정 살아계신가’ 반문하며 불신과 원망의 삶을 살아간다.

7년 뒤 다시 마주한 오빠의 죽음. 마지막 순간까지도 혜진에 대한 사랑을 담은 편지 속에는 순교 직전, 죽음에 대한 공포와 회한, 처절한 기도가 그대로 녹아 있다.

“오빠가 만난 하나님이 어떤 하나님인지 그 길을 가보고 싶다. 오빠의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결국 혜진은 오빠가 순교한 땅 아프리카로 떠나기를 결심한다.

순교 뒤에 숨겨진 인간적 고뇌와 절규에 초점

연극 <땅 끝에 서다>가 오는 12일까지 혜화동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연일 공연되고 있다.

<땅 끝에 서다>는 극단 ‘예배자’의 함형식 연출가(한가람교회)가 4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선교와 순교신앙이라는 까다로운 소재를 다루며 펜을 놓기도 수차례. 작품은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샘물교회 아프간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함 연출가는 “샘물교회 사건을 바라보며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며 “그들도 인간적인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꼈을텐데, 기독교의 무서운 비판과 시선에 대해 ‘과연 옳은가’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한 남매의 진정한 사랑과 그 매개체가 되는 희생을 그리고 있는 작품은 선교라는 거룩한 이름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와 처절한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두렵고 떨린다. 내가 정말 죽어야 하는가. 살고 싶습니다. 나를 구해주세요”라며 절규하는 주인공 동우의 마지막 외침은 이를 잘 말해준다.

함 연출가는 “예수님이 인간적인 고뇌를 넘어섰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순교를 너무 거룩하게만 포장해왔다. 그들이 두려움과 고통의 순간을 넘기까지의 인간적인 고뇌와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극단 ‘예배자’는 이번 공연의 수익금 전액을 아프리카 케냐 식수 사업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10여 명의 배우와 스텝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개런티 없이 참여했다.

함 연출가는 “연극이 아닌 예배로 드린다”며 “목숨 걸고 공연에 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복음을 전하는 문화 사역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다함께 찬양을 부르고 있다.ⓒ뉴스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