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틸리엔수도원. 사진 조현 기자.
"나 때문에 미움을 받을 것이다(마태 10,16~29).”
‘고행과 극기’는 모든 종교의 경전에서 너무나도 많이 만날 수 있는 말입니다. 왜 고행과 극기를 그토록 강조했을까요? 종교의 박해 시대에는 예수를 따른다는 확실한 증거는 순교였습니다. 순교야말로 고행과 극기와는 대조될 수 없는 확실한 믿음의 증거였겠지요.
그런데 종교의 자유 시대가 오자 순교의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대신에 교회 공동체 집회에는 좋은 옷을 입고 마차를 타고 나타난 사람들이 앞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지위를 가진 그들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살지 않았습니다. 사치와 방탕과 음행... 사람들은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예수를 따르는 길이란 세상의 유혹을 이기는 정결과 절제 극기의 고행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삶을 따라 자발적 고행과 보속의 길이 초세기 순교에 해당하는 확실한 구원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부녀자들은 독수의 정결로, 남자는 광야의 은수로 고행의 길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대바실리오 성인이 주교로 있던 가파도기아에는 그런 고행자들이 몰려오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고행은 자발적이며 스스로 선택한 극기의 삶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날 생태주의 가치관에 의한 원안의 삶(‘대안’ 삶을 저는 ‘원안’이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대안은 아니고 본래 있었던 삶이란 의미입니다.)이 우리 시대 고행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문명에 의지하는 현대인의 삶, 구체적으로는 소비문화 마케팅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극기하기 위한 것은 아무래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길 밖에 왕도가 없습니다.
실천적 삶이란 것은 어쨌건 불편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로 귀결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렇습니다. 아닌 것 있으면 한번 대보세요. 없습니다.
저는 기술 문명세계와 현대 도시산업화 사회가 가져온 가장 불행한 죄악을 두 가지로 규정합니다. 첫째는 기계 가전 상품들이 인간에게서 노동을 빼앗가 가버린 죄입니다. 둘째는 대가족 제도를 해체시킨 죄입니다. 그래서 공동체 세계는 반드시 생태주의와 노동의 영성을 추구하고 함께 공동생활을 합니다. 이것이 대가족제도의 복구 형태가 되는 겁니다. 이건 전세계 모든 공동체의 특징이란 말입니다.
»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전제품 쇼핑 마트. 한겨레 자료 신문.대가족 제도가 붕괴된 문제점은 나중에 애기하고요. 노동이 고행이란 것은 해본 사람은 아니까 더 이상 말 안해도 될꺼고. 문화생활을 되돌리려는 것이 고행이란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가령 스마트폰이 나온 것은 불과 2년 전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피처폰 쓰라고 하면 그것이 고행이란 것이지요. 승용차를 타고 다닌 사람이 대중교통으로 다니라고 하면 그게 고행이란 것이지요. 냉장고가 만병의 원인이다. 그러니까 냉장고 없이 제철음식 먹고 살자. 그거 고행이란 것이지요. 좀 더 멀리 가서 전기 에너지를 포기하고 살아보자. 그건 대고행인 것이지요.
옛날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삶 자체였는데 오늘 날 현대인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고행과 극기 수행의 종점에 있는 세계란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 현대 세계가 얼마나 잘못된 길로 왔느냐. 너무 멀리 와버린거예요. 우리가 돌아가야 할 삶의 해답, 미래의 삶이 바로 옛날 우리 할머니들의 삶이란 말이지요. 그러니까. 오래된 미래! 구구익선(오래된 것으로 갈수록 좋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불편함을, 고행을 감수하지 않고는 대안적 삶의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원전건설을 반대해요? 우리 하루 생활 전체가 전기 에너지로 살아가는 구조인데...! 4대강을 반대해요? 온갖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 수영장 다 이용하면서...! 수입 고기를 반대한다고 촛불들고 난리 떨어요? 도시락은 사라지고 날마다 외식을 하면서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안됩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행동하려면 불편한 진실, 고행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고리타분한 종교 고행의 의미가 전세계 현대 인류에게 커다란 화두로 가다올 날이 가까이 오고 있어요. 살려고 하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모든 인류가 가야하고 넘어야 할 고행과 극기의 삶! 그런데 고행과 극기를 먼저하는 사람이 좋을까요? 나중에 하는 사람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