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한 서울 사립대 법학대학원(박사)을 졸업한 채현덕 씨(가명ㆍ39)는 현재 고등학생 과외로 생계를 잇고 있다. 당초 그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번듯한 대기업에 둥지를 틀었지만, 법대 교수라는 큰 꿈을 품고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교수 자리는 진짜 꿈이었다.
채씨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선배들도 사정은 비슷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경기도와 충남에 있는 대학에서 과목당 월 35만원을 받고 시간강사 자리를 얻었다. 교통비를 빼면 남는 게 없었다.
채씨와 같은 사실상 실업자가 2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통계청의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월 현재 취업애로계층은 197만6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실업자로 불리는 취업애로계층은 2009년 연평균 182만명에서 2010년 1월 224만명까지 치솟은 뒤 그해 5월 180만명까지 떨어졌다. 올 10월에 200만명 정도로 늘어난 것은 고용 환경이 그만큼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학력별(졸업ㆍ중퇴ㆍ휴학ㆍ재학생)로는 고등학교 출신과 대학교(전문대 포함) 출신이 각각 100명 중 36명, 35명으로 많았다. 또 대학원(석ㆍ박사급) 출신도 2명이나 됐다. 구체적 인원은 석사 출신 3만1200명, 박사 출신 9000명이었다.
특히 박사 출신 중 대다수는 인문ㆍ사회 전공이었고 평균 연령은 45세로 일자리 공급이 부족한 계층이었다.
단기근로자 3300명 중 상당수는 단기근로 이유에 대해 "평소에 일거리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박사급 인재를 포함해 사실상 실업자들이 늘어난 까닭은 불황에 따른 `경기적 실업` 요인이 컸다. 일할 능력과 뜻은 있지만 직장을 찾지 않고 있는 43만8000명의 4명 중 1명 이상이 그 이유에 대해 "이전에 찾아보니 일거리가 없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 <용어설명>
취업애로계층 : 공식 실업자에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할 능력과 뜻이 있는 사람, 주 36시간 미만 단기근로자 중 추가 취업희망자(불완전취업자)를 합한 인구로 `사실상 실업자`로 불린다.
[이상덕 기자 / 정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