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는 보이지 않는 사역자다. 강단 뒤에서 하나님과 성도들을 섬기며 늘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살아간다. 귀한 사명과 별도로 남편 목회를 돕기 위해 자신의 꿈을 내려놨다는 사실은 때론 슬픔으로 다가온다. 이런 사모들을 위해 위로의 자리가 마련됐다.
두란노바이블칼리지(학장 이재훈 목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기쁨홀에서 연 ‘2023 사모 블레싱 특별세미나’에서다. 세미나는 사모들을 위로하는 강의와 예배 등으로 구성됐다.
첫 메시지는 김형석(103)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전했다. 김 교수는 교리 대신 진리에 귀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요즘 교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만의 교리로 해석하려 한다”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곧 진리의 말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년의 그리스도인’이 걸어온 신앙 여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사모들은 김 교수의 발언을 꼼꼼히 메모했다.
이한진 상명대 겸임교수는 ‘내 진정 사모하는’ ‘나를 사랑하는 주님’ 찬양을 트럼본으로 연주했다. 손뼉 치며 연주를 즐기는 사모들의 모습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을 감상하는 소녀들의 설렘이 비치는 듯 했다.
김다위 선한목자교회 목사는 ‘사모, 머무는 자로의 복된 부르심’(창 26:12~25)이라는 제목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후회가 없다고 한다”며 “목회자인 남편을 만나게 하고 모든 것을 맡기신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의 일부”라고 전했다. 그는 “자존감도 떨어지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여러분을 사모로 부르신 하나님께서는 그 어떤 순간에도 여러분들을 붙잡고 언제나 함께 하신다”고 말했다.
위로의 메시지는 사모들의 마음을 울렸다.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몇몇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세미나에는 전국에서 온 250여명의 사모가 참석했다. 연령대도 20~60대까지 다양했다.
신현숙(62) 송정하(31) 사모는 모녀 사이다. 송 사모는 “선배 사모인 엄마와 세미나에 참여해 뜻깊다”며 “솔직히 사모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해 사모의 길을 걷게 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배우고 전하는 삶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온 사모도 있었다. 괌에서 온 염은주(58) 사모는 “일이 있어 잠깐 귀국했는데 상황이 맞아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며 “세미나를 통해 지금까지 지내온 삶을 점검하고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사명을 감당할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가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모들의 지원이 있었다. 임하나(46) 사모는 찬양팀으로 함께했다. 임 사모는 “같은 길을 걷고 있어 사모들의 마음을 잘 안다”며 “작지만 위로가 돼드리고 싶어 동참했다”고 말했다.
세미나 총괄을 맡은 정연호 두란노바이블칼리지 국장은 “사모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든 사역을 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기쁨과 격려가 되고 하나님의 사랑을 회복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사모를 위로하는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지구촌교회(최성은 목사)는 지난 9일 홀사모 80명에게 40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앞서 서울 오륜교회(김은호 목사)는 지난 4월 ‘2023 사모 리조이스’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로 20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에서는 국내외에서 500명의 사모들이 참석해 소통과 회복, 위로의 시간을 나눴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