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내가 안철수라면 지금 이걸 던지겠다"

정동영 "내가 안철수라면 지금 이걸 던지겠다"

복음제일교회 0 1,692 2021.01.27 21:25

정동영 "내가 안철수라면 지금 이걸 던지겠다"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정치개혁, 깃발 들려면 확실하게 들어라"

윤예지 비례대표제포럼 청년위원(정리)  2948982801_4jPFLOwV_49e797a17c20de4bf9f07b4a18d067b4381367db.gif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1-15 오후 5: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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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4.11 총선 결과가 발표된 그날 저녁, 야권 지지자들은 모두 소위 '멘붕(멘탈붕괴)'상태에 빠져 있었고 그 중 절반은 술잔을 기울이며 분노와 탄식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날 밤은 정치가 너무 두렵고 어려웠다. 필자(조성주)도 그날 저녁 선거결과에 정치를 씹고 또 씹으며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바로 다음날 야권 지지자들과 관계자들이 아직 술이 덜 깬 얼굴로 낙담하고 있을 때 당시 진행 중이던 한일병원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에 낙선한 의원이 나타났다. 정동영. 필자는 그 모습을 보며 정치가 무엇인가? 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장면2.
안철수 후보의 의원정수 축소라는 파격적인 정치쇄신안이 나오자 수많은 논란과 함께 정치개혁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에 불이 붙었다. 대한민국 정치부 기자들이 총출동한 제3회 비례대표제 포럼 자리에서 다수의 기자들과 참가자들은 안철수, 문재인 양 캠프가 각자의 정치개혁안을 두고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자리의 주인공은 다른 이였다. '정동영' 그가 포럼에 와서 청중발언을 시작했다.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이렇게 높은데 양 캠프의 개혁안이 이 정도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과감하게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 그리고 대선후보들은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약속하자!'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의 키보드 치는 소리가 가빠졌다. 참가자들의 눈이 커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동영' 혹자들은 그를 '길 위의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그가 자신의 주(主)전공인 남북문제, 그리고 부전공인 노동문제가 아니라 정치개혁 문제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타났을까?


정동영 문재인 캠프 남북경제연합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2일 조성주 비례대표제포럼 공동대표이자 경제민주화2030연대 공동대표가 진행했다.


▲ 정동영 문재인 캠프 남북경제연합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조성주 : 이번에 문재인 캠프에서 '남북경제연합위원장'을 맡으셨다고 들었다. 이전에 통일부 장관도 하셨으니까 본인의 전공이라고 볼 수 있는데 거기에서는 어떤 고민들을 풀어낼 생각인가?

정동영 : 남북경제연합, 이것이 아직 선거쟁점이 되지 않고 있는데 시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미국과 중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북쪽도 김정은 체제가 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12월에 들어설 대한민국의 새 정권의 성격은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 최소한 지난 5년의 실수를 절대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적극적 의미에서는 2013년의 새 정부는 '2013년 체제'를 시작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25년 만에 6월 항쟁으로 시작된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경제적) 실질적인 민주화의 길로 가야 한다. 87년 이후 정치적 민주화는 진척됐으나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제자리, 혹은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바깥으로는 남북평화체제를 실현하는 것이 2013년 체제의 핵심이자 시대의 명령이다. 이 명령을 잘 받드는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

조성주 :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얼마 전에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었고, 중국도 시진핑으로 지도부가 바뀌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바라보면 남북-한반도-동아시아를 걸쳐서 유난히 정치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의 정치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정동영 : 조 대표 얘기대로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는 정치의 역할이 정말 절대적이다. 한번 짚어보자. 사실상 우리랑 같은 해 분단됐던 독일은 이미 22년 전 통일을 완수했으나 우리는 아직 구체적 전망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미국의 책임인가? 중국의 책임인가? 아니면 국민의 책임인가? 아니다. 바로 정치 탓이다. 독일 정치보다 열등한 한국 정치의 책임이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책임자는 바로 지도자에 있다. 아데나워, 에르하르트, 키징거, 브란트, 슈미트, 콜이라는 지도자를 거치면서 독일은 통일을 이루었다. 이후 슈뢰더, 메르켈. 메르켈은 동독출신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북통일이 되고 17~18년 지나 북한 출신이 대통령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성주 : 생각해보니 그렇다. 동독 출신의 메르켈의 등장은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 나름대로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이에 비하면 차이가 큰 것 같다.

정동영 : 그런데 한국은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까지 9명의 지도자를 가졌으나 지금 한국 상황은 1970년대의 독일과 비슷할 뿐이다. 40년 전의 독일 수준이다.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일단 독일은 민족문제를 정략에 이용하지 않았다. 민족문제를 늘 고민하는 지도자를 가졌다. 그에 비해 한반도는 끊임없이 분단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왔다. 그것이 우리 정치의 유죄고 지도자의 유죄다.

▲ 조성주 비례대표제포럼 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조성주 : 매우 공감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저희가 각 캠프 인사를 불러 비례대표제포럼을 열었는데 정동영 위원장께서 직접 오셔서 정치에 대한 굉장히 선진적인 구상들을 말씀해주신 것이 상당한 울림이 있었다. 한반도 그리고 또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정치를 고민해볼 때 이 시기에 정치개혁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정동영 : 시대적 과제인 한반도의 통합을 위해서는 그전에 한국 사회 내부의 통합이 필요하다. 현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갈등과 분열만 조장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정치는 국민들에게 버림받고 있다. 버림받고 있다는 증거는 신뢰도를 측정해보면 나타나는데 심지어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에 대한 신뢰도보다 낮게 나온다. (웃음)

조성주 : 충격적이다. 도저히 못 믿겠다. (웃음)

정동영 : (이어서) 지금의 청와대보다 더 낮은 신뢰도를 받은 국회는 결국 국민들에게 버림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는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것이 본령이다. 결국 정치의 기본기능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성주 :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정치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동영 위원장의 말씀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여당, 야당 시절을 모두 겪으셨고 입법부, 행정부, 청와대(NSC의장) 경험을 다 해보신 분이기 때문에 생각하시는 정치개혁이 남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 후보들의 정치개혁 구상이라는 것이 행정-입법부 간 견제와 균형 이런 얘기들을 교과서적으로 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특별히 고민되는 지점이 있는지.

정동영 : 일단 선거제도의 개혁, 정당개혁, 권력구조의 개혁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국민들이 정치라고 느끼는 것은 선거정치, 평상시 정당 활동을 통한 입법과정, 대통령과 행정부의 집행과정에 있는데 지금은 셋 다 문제가 있다. '2013년 체제'가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며 제대로 작동하려면, 즉 내부적으로 사회통합을 이루고 바깥으로 남북통합을 향해서 가려면 우선 정치의 기능이 통합 기능으로 가야 한다. 대표적인 게 선거제도 개편이다. 개혁이라는 것은 말과 선언만으로 할 수 없고 제도를 바꿔줘야 한다. 첫 번째로 입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제발 싸움만 하고 있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절박한 아우성이 있다. 국민들이 여야가 격돌하는 현안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싸움이 나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가 이에 대해 답을 해야 하는데 양자가 유리돼 있다. 두 번째는 고질적인 지역정당 구도다. 영남 지역은 새누리당의 아성, 호남은 민주당의 철옹성 이것은 부조리한 거고 부당한 것이다. 이것을 깨뜨려야 한다. 그래서 나온 제안이 각 정당들이 국민들에게 받은 지지만큼 의석이 배분되도록 바꾸자는 것 아닌가.

조성주 : 그래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아직 정치권도 국민들도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을 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본인 생각에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한국 정치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는지 좀 설명을 부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정동영 : 일화를 얘기해 보자면, 2009년 이상득 의원과 함께 뉴질랜드로 국감을 같이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뉴질랜드 모델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는데 "이상득 의원께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은가?" 하며 뉴질랜드 식으로 정치개혁을 해보자고 제안해봤다. 역사에 남는 일을 해보자고 말이다. 뉴질랜드가 원래 노동당-국민당 양당제 하에서 승자독식으로 가다 보니 소수, 약자의 목소리가 정치과정에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것이 1992년 국민투표를 통해 독일식으로 지역구 60석, 비례대표 60석 반반으로 개헌됐고 2+α, 다당제로 변모했다. 여러 군소정당들이 입성하고 환경론자, 소수자 등이 의석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연정형태(coalition)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정책에 있어서도 보수당 집권 시에는 시장주의, 노동당 집권 시는 사민주의로 일괄되게 나타났던 것에서 혼합 형태, 조정시장경제 형태로 이행하면서 정치 문화도 합의 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이런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 해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에서 지역 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선언도 했으니 간곡히 설득했다. 술도 먹어가면서.(웃음)

조성주 : 아, 상왕(上王)의 의견이 잘 반영이 안 된 것일까? (웃음)

정동영 : 싸움판 정치 내려놓고 지역구도 청산하라는 두 가지 요구, 이에 대한 답은 말이 아닌 제도로만 바꿀 수 있다. 독일 정치를 보면 역시 지역색이 뚜렷한 편이다. 단 극한의 대립이 없다. 남쪽에서는 사회민주당 지역구 의석이 1석도 채 되지 않지만, 유권자들로부터 얻은 지지율만큼 의석을 가져가므로 의석수가 꽤 나온다. 반대로 북쪽에서는 기민당이 지역구에서 거의 전멸하지만 그 지역에서 얻은 지지율만큼 비례의석을 확보하니까 팽팽한, 살아 있는 여야관계가 성립한다. 독일의 선거제도야말로 뚜렷한 지역색을 포용적으로 극복한 성공사례라고 본다. 통일 후에 동독에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적용해 사회통합, 정치통합의 효과가 나타났다. 왜냐하면 예전 동독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 연장 선상에서 동독 출신의 메르켈이 총리가 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통일과정에서도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정치, 사회적 통합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독일이 이를 예증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라면 이 시점에서 결단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후보에게는 직접 이 두 가지 요구를 얘기했고 안철수 후보 쪽에는 후보를 도와주고 있는 학자들이 있으니까 그분들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는 비례대표 확대 제안을 이번에 받아야 한다.

조성주 : 대선후보들이 정치개혁, 정치쇄신안을 내놓는 상황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데 사실 정동영 위원장도 2007년 대선후보 때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 걸으셨다. 그런데 선거 때 나오는 공약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좀 낮다. 지금의 정치개혁 공약을 국민들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국민들이 이것을 믿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본인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들의 정치개혁안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또 어떤 부분들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는가?

정동영 : 특히 안철수 후보 쪽 입장이 중요하다. 문재인 후보는 이미 상당히 중요한 결단을 했다. 민주당의 당론이 우습게도 중대선거구제로 되어 있는데, 이는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다. 내가 당을 떠나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당시 당 지도부가 정치개혁의 핵심이 뭔지 몰랐던 거다. 중대선거구제는 명백한 정치 개악이다. 일부 지역 구도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중진 다선 의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만 아주 유리하게 될 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자민당 정치다. 50년 동안 자민당의 일당지배를 허용한 게 중대선거구제였다. 일본은 개혁의 일환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면서 독일식 비례대표제 요소를 가미해 지역구 300석, 비례대표 180석으로 만들었다. 다만 독일식과 달리 정당별 득표율을 비례대표 의석에 한해서만 의석을 배분하고 있어 일본식은 독일식에 비해 민의 대변효과가 떨어진다.

문재인 후보는 이번에 당론인 중대선거구제를 뿌리치고 비례대표제 
강화로 갔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100석으로 간다는 것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절충한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 후보의 걱정은 독일식으로 하면 적어도 지역구 150석 대 비례 150석으로 돼야 맞는데 의원들의 반발과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었다.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지역)200석 대 (비례)100석이 나온 이유다. 이것도 관철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만 돼도 상당한 개혁으로 평가한다. 다만 아직 독일식으로 300석 전체 의석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입장은 확실하지 않다.

이제 안철수 후보가 남았다. 안 후보는 새 정치의 상징으로 되어 있고 안철수 현상은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분출된 결과다. 그러면 정치를 어떻게 쇄신해야 되겠다는 대안, 방법론을 정확하게 제시해줘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은 분명하게 오답이다. 중대선거구로 발표할 뻔했다는 소리도 언론에서 들었는데 '아뿔싸!' 싶었다. 만약 그랬다면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게 아닌가. 중대선거구제 하고 국회의원 숫자 줄인다는 것은 엘리트, 특권정치 하자는 것이고 안 후보가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다. 안 후보가 정치경험이 없다는 것이 흠은 아니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정치개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인 지점이 어디인지 잡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아직 그 부분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안철수 후보도 비례대표제 확대를 얘기하고 더 중요한 원칙으로 민의를 대변하는 선거제도, 의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의 차이를 벌리기보다 공통점을 모아야 할 때다. 공통분모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

ⓒ프레시안(최형락)


내가 안 후보라면 이렇게 던지겠다. '제가 정치를 쇄신하겠다는 국민의 기대에 힘입어 지금 이 자리에 섰다. 국회는 현상유지를 바라는 세력이 (새누리당 포함)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개혁저지장벽이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이를 돌파할 방법이 없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께 직접 정치개혁방안을 묻겠다. 국민투표를 통해 정치개혁을 관철해내겠다.' 그러면 정치쇄신이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급부상한다. 당선되면 당선과 동시에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정치적 승인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이것을 동력으로 국민투표를 밀고 나갈 수 있다. 개혁저지장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

지금 선거제도에서 새누리당은 영남의 65석을 항상 확보하고 들어간다. 이 기득권 구도를 유지한 체 싸움판 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깨뜨릴 방법은 없다. 정치가 민생중심, 정책중심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핵심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실현하게 되면 각 지역별로 얻은 정당 지지율만큼 의석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나 현안이 발생하는 곳에 정당들이 적극적으로, 경쟁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게 만드는 데 있다. 지금 지역 구도로는 영남에서 새누리당이 못하고 호남에서 민주통합당이 못해도 당선된다. 민주통합당이 영남에서 잘해봐야,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잘해봐야 원래 찍던 정당을 또 찍게 되어 있다. 의석 확보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것은 이율배반정치 아닌가. 어느 지역, 계층, 세대에서든 쌍용, 한진, 강정 같은 신음들, 국민들의 아우성이 있는 곳이라면 모든 정치인들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달려가게 해야 한다. 제주 강정마을에,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에, 부산 한진중공업에 새누리당이 보이나. 민주통합당이 제대로 보이나. 그렇지 않다. 정당의 이해관계가 직결되지 않으니까.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되면 문제해결능력을 보여준 세력에게 지지와 의석이 돌아간다. 정치의 내용이 확 바뀐다.

조성주 : 인상적인 이야기다. 18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을 열정적으로 하셨다. 그간에 정치가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던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처한 갈등들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 것 같다. 주로 노동문제 관련 활동을 하시면서 갈등의 현장들을 다닌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정동영 :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5년 전 대선공약이다.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정책, 법률 이런 것도 책상에서 만들어지면 현장에서 법 따로, 현실 따로 괴리가 발생한다. 답은 현장에 있는데 여의도 정치는 현장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내 발이 땅에서 한 30cm 정도 떨어져 있었구나, 땅에 발을 붙이고 정치를 해야겠구나' 하고 반성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려면 지금의 지역 패권구도를 깨야 한다.

조성주 : 정동영 위원장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말씀해주셔서 새삼 이 제도가 언론에서 많이 회자되고, 주요한 정치개혁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물론 대선결과가 어찌되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달라지겠지만 정치개혁 관련해서 지속적인 활동을 할 계획도 가지고 있나?

정동영 : 진보적 지식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동참하려고 한다. 투표시간 연장과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게릴라식 집회가 기획되고 있고 여기에 후보들이 결합하면 좋겠다. 국민들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답안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다. 답은 정치인과 대선 후보들이 내놓아야 한다.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들 외침에 박근혜 후보는 대안이 없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근접한 공통분모가 있으니 대차게 끌고 나갔으면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생전에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을 강력히 희망했었다. 워낙 한나라당의 저지장벽이 두터워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거다. 지금이 하늘이 준 기회다. 국민들의 정치쇄신 요구 분출,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된 이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후보들 몫이다. 국회에 있는 현실적 장벽, 기득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밖에 없다.

조성주 : 그런데 개혁이라는 것이 특히 정치개혁은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초기에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하지 않겠나 생각도 든다. 정치개혁과제를 실천하는 시점은 언제가 좋다고 생각하나?

정동영 : 국민투표를 내걸고 공청회, 각종 토론회 등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이 있으리라 본다. 당선되면 국민들이 사실상 승인해준 것과 다름없으니 초반에 국민투표로 직행할 수 있다. 정말 하늘이 준 기회다. 평시에 국회 스스로 자신의 팔을 자를 순 없다. 모순이 뭔지 다 드러나 있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 대안도 있다. 두 후보의 정책의 95%가 일치한다. 두 후보에게 바라는 공통의 기대치도 정치를 확 바꾸라는 것에 있다. 나온 답을 대차게 끌고 가라.

조성주 : 정치쇄신, 정치의 역할이 강조되는 배경에는 경제적 양극화 문제도 있다고 본다. 정치개혁과 경제민주화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프레시안(최형락)
정동영 : 경제민주화는 막연한 게 아니다. 재벌개혁과 노동권 보장이 핵심이다. 지금의 국회로는 한계가 있다. 정치를 바꾸지 않고는 재벌개혁도 쉽지 않고 노동권 보장이라는 시대적 요구도 관철하기 간단치 않다. 경제민주화는 정치 자체를 바꾸는 노력과 병행돼야 한다. 복지국가로의 전환은 단순한 복지프로그램 확대와 다르다. 국가운영원리를 바꾸는 일이다. 현재의 정치시스템을 유지한 체 복지국가로 갈 수는 없다. 유럽의 경우 주체가 있었다. 북유럽은 노조와 노조가 뒷받침하는 사민당이 주체가 돼 오랜 집권을 이뤘으나 우리는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정치동맹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정치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복지국가를 바라는 세력이 연대하고 동맹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연결시킬 수 있는 대안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 즉 선거제도 개혁, 정치개혁은 복지국가를 이루는 주체를 만드는 일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돼 있다. 표면상으로는 세 후보 모두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으나 누가 실행할 것인가? 누가 획기적으로 정치를 바꿀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이를 위한 깃발을 문, 안 두 후보가 선명하게 들어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 비정규직, 농민, 노동자, 청년, 자영업자, 해고자들이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을 때 현실적인 힘은 재벌, 대기업을 대변하려는 세력이 훨씬 강하고 크다. 그러나 주권자 다수는 반대편에 서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영남이라고 청년, 자영업자, 비정규직, 서민이 존재하지 않는가? 어느 지역에나 다 있다. 나의 표가 숨 쉬게 하라는 것, 영남에서도, 호남에서도, 강원에서도, 서울에서도. 이들을 대변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입법과정, 정치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정확한 답이 나와 있는데 문 후보, 안 후보는 왜 깃발을 들지 않나?

조성주 :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누구를 어떻게 대표할 것인가가 정치이고 또 제대로 대표되지 않는 목소리들을 더 많이 대표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개혁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향후 이번 대선에서 정치개혁 논의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달라.

정동영 : 어떻게 단일화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을 갖고 말하면 국민에게 무슨 감동이 있겠나. 내가 말하는 것은 주 의제, 종 방법론이다. '독일식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투표 제안'과 같은 의제를 먼저 중심에 확실히 놓고 문재인-안철수 합의 하에 단일화하면 선거승리는 보장된다. 두 후보가 힘을 합쳐 정치를 바꾸려 하는구나만 확실히 국민에게 전달되면 어떤 20대, 30대가 투표장에 안 나오겠나. 확실히 이길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 이후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성공하는 정부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재벌개혁, 남북평화체제, 복지국가로 확실하게 가자. 87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5년 안에 안 된다. 10년, 15년을 바라보아야 하는 일이니 차기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성공하려면 정권교체를 위해 표를 던졌던 사람들을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 강화시켜야 한다. '아, 표를 주니까 비정규직이 줄어드는구나', '정리해고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됐구나', '대기업의 일방적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졌구나' 하는 보람과 보상이 강화될 때 성공하는 정부이고 정권 재창출, 재재창출로 갈 수 있다. 아시아에서 산업화, 민주화에 모두 성공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이 이제 선진복지국가로 간다면 세계적인 모델을 보여줄 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게임을 넘어서서 대한민국에 중요한 기로다. 이번 정치개혁이 그 첫 단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거다. 깃발을 들 거면 확실하게 들어라.

정치인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집착하고 누군가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집착한다.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도 자칫하면 그런 이해관계의 조정 정도로 끝날 위험성도 늘상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양극화된 사회에서 피폐해져 가는 민생의 현장과 거대하게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와 그 주변, 대륙과 저 바다 건너 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정치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한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전면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정동영 전 의원. 적어도 그가 가장 스케일이 큰 정치개혁을 고민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취지문]

PR청년포럼은 PR포럼의 청년그룹으로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개인,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R포럼에서는 청년들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속에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례성, 다양성, 공정함이 보장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조금은 거칠지만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열망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정치의 해인 2012년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우리 사회 주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청년들의 이 작은 몸짓들이 마중물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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