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위행위, 당연히 존중해야죠"

"아이의 자위행위, 당연히 존중해야죠"

복음제일교회 0 1,610 2021.01.27 21:11
흔히 '장애아'라고 하면 '불쌍하다' '안 됐다' 등의 말이 따라붙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 '행복하다' '네 덕분에 산다'며 미소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입니다. 사회의 편견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사랑으로 사는 그들. <오마이뉴스>와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www.miral.org)이 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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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도 키우기 어렵다는 발달장애아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 우진아씨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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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쯤일 거예요. 아들이 엄마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거실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거예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저 녀석을 데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하고 슬프고 그랬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발달장애 1급 한결이(최한결·14), 한길이(최한길·14) 쌍둥이 아들을 둔 우진아(44)씨. 진아씨는 아들의 첫 자위행위를 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말이 통하는 아이라면 가르치기라도 하겠지만, 하물며 녀석은 발달장애아가 아닌가.

그러나 낙심만 하고 있다고 해서 해결해 줄 사람은 없었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녀석들과 같이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뭣한 일이라 혼자서 여기저기 찾아보다 '제나'(제나프라이드 : 한국 발달장애인 가족연구소)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바로 전화 상담을 하고 다음 날 찾아갔죠. 그렇게 시작한 공부로 지금은 발달장애아를 위한 성교육강사가 됐어요."

하나도 키우기 어렵다는 발달장애아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 우진아씨. 첫딸과 17개월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다 보니 출산 후 몇 개월 동안은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잠을 자본 일이 없다고. 극심한 피로와 육아에 대한 부담에서 시작된 산후우울증으로 삶을 내던져 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단다. 그러나 이제 막 태어난 쌍둥이와 겨우 두 살 된 딸 아이 앞에서 엄마의 우울증은 사치였다.

"우울증은 6개월 만에 극복했어요. 아이 셋하고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었죠. 그래서 뭔가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친정 식구들에게 잠깐씩 맡기고 운전 연수를 다녔어요. 아이들 모두 잠든 새벽에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도 읽고... 가능한 내 시간을 가져보려고 애썼지요. 그 시기에 우연치 않게 자폐증에 관련한 책을 읽게 됐는데, 우리 쌍둥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더 많은 책을 찾아보게 됐어요."

쌍둥이는 누나와는 많이 달랐다. 딸아이가 워낙 예민한 데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똘똘한 편이이라 그런지 발달이 늦은 쌍둥이들에 대해 엄마가 느끼는 불안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에 비해 훨씬 심했다. 

비디오를 틀어 놔도 반응 없던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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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둥이지만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한결이와 한길이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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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쌍둥이가 엄마를 편하게 해주려고 울지도 않고 순하다'고 말했지만 제가 보기엔 순한 게 아니었어요. 비디오를 틀어 놔도 아무 반응이 없고, 빛이나 소리가 나는 쪽에서 반대로 고개를 돌려도 꼼짝 안고 그대로 있었지요. 처음에는 귀가 안 들리는 건 아닌가 의심도 했어요."

엄마의 걱정은 가족 안에서 공감을 사지 못했다. 가족들은 '점잖은 아이' '늦되는 아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조급하다' '유난스럽다' '예민하다'고 탓할 뿐 아이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려 들지 않았던 것. 쌍둥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4살이 넘어서야 검사를 받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늦게 진단을 시작하고도 발달장애 판정을 받기까지는 3년이란 세월이 더 필요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상담이든 진단이든 받으러 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쌍둥이를 한 번에 진단해 주면 좋겠는데 한 번에 한 아이밖에 들어가지 못하다 보니 다른 아이를 맡아 줄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애써서 상담예약을 잡아놨다고 해도 미뤄야 하는 처지에 놓였죠. 한 번 상담 예약을 잡으려면 적어도 2~3개월이 걸리는데... 더구나 마침 터진 IMF로 가정 형편도 어려웠어요. 상담비용만 한 아이 당 26만 원이 들었던 것 같고요. 그때까지는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아 사설 치료시설을 다니다 보니 특수 치료도 하나당 40만~50만 원은 보통이었죠... 아이들 병원비로 연간 6000만 원 이상 쓴 것 같아요."

한결이와 한길이는 2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지만 성격과 성향은 전혀 다르다. 큰 아이 한결이는 한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고 숨거나 구석을 향하는 성향인가 하면 동생 한길이는 잠시도 몸을 가만두지 못하고 마구 뛰거나 달리며 사고를 치는 아이다. 이런 두 아이와 비장애아인 딸까지 세 아이를 혼자 키우다시피한 엄마. 순간순간 절망과 마주할 때 세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나 버릴까 모진 마음도 먹어봤지만, 엄마를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눈망울에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 죽을까. 쌍둥이만 데리고 죽을까. 세 아이와 함께 죽을까 고민했지요. 하지만 살아보자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왕에 사는 거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살자' '내가 지켜줘야 할 아이들,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사고뭉치 쌍둥이를 데리고 세상에 나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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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성장애 1급인 14살 쌍둥이 한결이와 한길이, 그리고 엄마 우진아씨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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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지르고, 부수고, 쏟고, 넘어지고, 부딪치고, 구르고, 다치고... 잠시만 눈을 떼도 사고를 치는 아이들이었지만 엄마는 과감하게 외출을 시도했다. 자폐성장애아 교육에 외부자극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에게 필요하다면 남의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똑바로 서서 걷지를 못했어요. 항상 몸을 흔들면서 비틀비틀 불안하게 걷고, 손을 놓으면 위험한 것도 모르고 차도로 뛰어들고... 손에 쥐가 나도록 붙잡고 다녔어요. 한 손을 잡으니 다른 손으로 이것저것 만지고 쓰러뜨리고 해서 한 줄 기차를 만들어 다니기도 했죠. 슈퍼마켓에 가면 손에 잡히는 것마다 잡아 뜯고 가지고 나와 10만 원 넘게 계산하는 건 보통이고요. 물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때도 있었어요. 대 놓고 '애 교육을 저 따위로 시키느냐' '장애가 있는 애들을 왜 데리고 다니느냐'라며 욕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때그때 이해를 구했어요.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어서 그런다'고요. 그리고 '규칙이나 예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라고요."

쌍둥이의 상태가 이 정도였지만, 병원에서 정식으로 장애진단을 받게 된 것은 7살경이었다. 오진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의사는 '발달지연'이라며 "기다려 보자"는 말만 계속했고, 쌍둥이는 7살이 돼서야 비로소 자폐 판정을 받았다.

"의사가 원망스럽더라고요. 차라리 처음부터 장애라고 했더라면 희망을 가지지도 않았을 텐데 '지연'이라고 하니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들어갈 학교를 알아봤어요. 통합교육이 필요한 건 알았지만 한결이 한길이는 발화(發話)도 안 되는 상태라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학교 생활 자체가 어려웠거든요. 엄마라도 도와줘야 하는데 쌍둥이다 보니 둘을 동시에 어떻게 할 수도 없었죠. 그래서 장애인으로 살아갈 최소한의 생활훈련을 받는 쪽을 택했어요. 대신 통합교육 부분은 제가 책임지기로 했지요."

쌍둥이들을 특수학교에 보내는 데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한 번은 아이들의 입학을 상담하기 위해 집 근처 특수학교를 찾았다가 장애아들을 대하는 교사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놀라 도망치듯 돌아오기도 했다고. 통학 거리와 환경, 그리고 아이들의 특성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장애아들의 입학. 고민 끝에 엄마는 집에서 조금 멀어도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육영학교(장애인특수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다.

"장애아의 자위행위, '못된 행동'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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