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고추 개발, 제일종묘농산

당고추 개발, 제일종묘농산

복음제일교회 0 1,361 2021.01.24 23:20

BIZ Story]

제일종묘농산‥수확 빠른 `찰옥수수` 개발한 種子 명장…일본 수출도

hurrah! 히든 챔피언
경영포인트
① 도전정신(열정과 오기)
② 종자의 중요성 인식
③ 상식을 뒤엎는 창조적인 사고

입력: 2010-09-16 15:31 / 수정: 2010-09-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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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복 제일종묘농산 대표(오른쪽)가 증평의 연구소 내에서 일반고추에 비해 5~6배나 큰 고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증평(충북)=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종자산업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면 종자(種子)는 농업의 반도체다.
각국과 기업이 더 좋고 다양한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은 우수한 종자가 농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품종 종자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되고 있어 종자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반도체 휴대폰 디지털TV 등은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농업 분야,특히 종자 산업은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종자 명장'인 박동복 제일종묘농산 대표는 새로운 품종의 종자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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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충주 방면으로 15분쯤 달리다보면 증평이 나온다. 왼쪽에 야산이 있고 오른쪽은 실개천과 함께 너른 들엔 가을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이곳 파란 논 한가운데 제일종묘농산(대표 박동복 · 56)이 있다.

기자가 현지에 도착한 이달 초 낮 12시 무렵에도 박동복 대표는 비닐하우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파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베타쌈배추' 등을 개발해 2009년 8월10일 대한민국 명장(名匠)에 선정된 기업인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대한민국 명장 12명과 우수지도자 4명,중소기업 우수기능인 100명 등 최고 기능인 116명을 선정,발표했는데 박 대표가 종자분야의 명장에 오른 것이다.

그는 2005년 '베타카로틴' 성분이 다른 배추에 비해 수십배 많은 '베타쌈배추'와 '스피드 대학찰옥수수',크기가 일반고추에 비해 5~6배나 큰 '임꺽정고추' 등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베타쌈배추' 종자는 2007년부터 일본과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베타카로틴은 항산화 성분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및 강원대와 공동으로 혈당치 상승을 억제하는 AGI(α-Glucosidase Inhibitor)라는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한 기능성 고추품종을 개발, '당조고추'라 이름짓고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AGI는 십이지장 등에서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율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어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이용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 당조고추는 정부의 농림기술개발사업자금을 지원받아 개발한 것이다.

'대학찰옥수수'보다 성장이 빠르고 맛이 좋은 옥수수도 개발했다. 박 대표는 "기존의 대학찰옥수수에 비해 수확이 5일가량 빠르고 맛도 뛰어난 '스피드 대학찰옥수수' 품종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박 대표는 20년 동안 씨앗 연구에 몰두하며 250여종을 개발했거나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37종을 출원해 31종이 등록됐고 나머지는 심사 중이다.

박 대표가 처음부터 종자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충북 괴산 출신인 그는 집안이 어려워 상고(청주상고)를 다녔다. 미도파백화점 본점에 근무하던 그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청주대 상학과에 입학한다. 졸업 후 입사한 국제그룹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근무를 자청한 그는 2년반 동안 그곳에서 일하며 서울 강북에 조그만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당시 사우디에 근무할 때는 국내에 근무할 때보다 월급이 훨씬 많아 조그만 아파트를 장만할 정도가 됐고 이 아파트가 나중에 종자사업을 할때 종잣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졸지에 직장을 잃은 그는 중소기업으로 이직했고 이 회사가 마침 종자회사였다. 종자회사로 옮기니 대부분 농고나 농대 출신들이었다. 대기업과 달리 회계처리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서울 종로5가 종묘상들을 방문하며 사람을 사귀고 종자 비즈니스에 눈을 뜨니 재미있었고 사업기회도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년 뒤 종묘회사를 차리기로 하고 차근차근 준비했다. 1991년 창업을 하려고 하니 종자사업은 허가사업이었고 허가를 받는 것은 아주 까다로웠다. 하는 수 없이 기존 업체 중 매물로 나온 회사를 찾았다. 마침 N사의 창업자가 고희(古稀)를 넘겨 더이상 회사를 경영하기 어려워 이를 매각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회사를 매입했다. 1992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게 가시밭길이 될 줄은 몰랐다. 땅을 사서 연구소를 짓고 실험하는데 도무지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종묘회사에서 6년간 배운 지식으로 도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무모한 일이었다.

박 대표는 "그 어떤 분야보다 종자 개발이 힘든 것은 1년에 한 차례밖에 실험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공산품은 잘못되면 곧바로 다시 제작하거나 개발할 수 있지만 농산물,특히 종자는 교배 후 자라는 데 최소 1년이 걸린다. 실패하면 다시 1년이 소요된다. 그런 식으로 이것저것 교배하고 실험하는 데 시간만 강물처럼 흘러갔다.

"주위에선 미친 사람 아니냐는 식으로 보더군요. 어찌보면 맞는 지적이지요.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일을 합니까. "

누가 돈을 대주는 것고 아니고 금방 어떤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밑도 끝도 없는 비즈니스에 발을 담근 셈이다. 그러던 중 이런 식으로 해선 승부가 안 나겠다고 판단해 농업 선진국을 찾아가기로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외국방문에 나서 덴마크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일본 등 14개국을 방문했다.

1997년 네덜란드에 갔다가 항암 성분을 함유한 야채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된 순무를 네덜란드인들이 많이 먹는 것을 보고 이를 어떻게 한국식으로 개발할 방법이 없는지 찾게 된 것이다.

"한국인들은 순무보다 배추를 즐겨먹는데 이를 어떻게 배추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박 대표는 "이듬해인 1998년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순무와 배추를 교잡해 베타카로틴이 듬뿍 함유된 배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순무와 배추의 교잡은 종간 교잡이어서 소와 돼지를 교배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불가능한 일을 수년 동안 반복 실험한 뒤 2005년 중간 결과로 '베타카로틴 쌈배추'를 내놨다. 일부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했지만 그는 시험기관으로부터 이를 인정받았다. 우리보다 육종 기술이 훨씬 앞선 일본에까지 수출했다. 고기를 얹어 먹는 이 쌈배추는 향과 맛이 좋다. 2008년에는 기능성 고추인 '당조고추'를 육성한 공로로 대한민국농업과학기술대전에서 대상인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그는 종묘업계에서 농고나 농대를 나오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것을 개발할 수 있느냐는 시선이 있는 것을 의식해 2005년부터 불과 2년 만에 종자기능사,종자산업기사,종자기사,종자기술사 등 국내 종자 관련 자격증을 4개나 땄다. 종자 분야에서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이다.

"나이 50에 들어 20대의 젊은이들과 함께 자격증 시험을 보는 심정이 어때겠습니까. 그것도 사업하는 사람이 연구소에서 교배를 하고 파종도 하고 영업을 해야 하는데 시험문제 붙들고 머리를 싸매는 심정이…."

그는"한국사회에선 성과보다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떤 곳에서 연구했느냐를 더 중요시하더군요. 그래서 내친김에 강원대에서 농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제는 논문만 남겨 놓고 있는데 제가 실험하고 개발해온 내용을 토대로 논문을 쓸 작정입니다. " 그는 "학위를 위한 논문,논문을 위한 논문이 아니라 현장의 땀냄새가 배어있고 실제 결과가 있는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자 사업은 의지와 전문지식 그리고 돈이라는 3박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사업"이라며 선진국들이 종자 분야를 독식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종자개발을 위해 오늘도 2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연구소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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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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