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나는 결혼 7년차에 맞은 가정생활의 갈등과 위기로 인해 살짝만 건드려도 분노와 눈물로 폭발할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고통과 불면의 나날들로 여름과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방학을 맞으면서 나는 중국여행을 결심했다.
천진 외국인학교에 파견근무를 나가 있는 언니를 방문한다는 것은 구실이었고 사실은 어딘가 일상과 가족을 모두 버리고 떠날 곳이 필요했다. 여권과 비자까지 모두 준비해두고 출국날짜를 고민하던 중 중국엘 간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환경을 바꾸면 문제를 잠시 잊을 수는 있겠지만 돌아오면 문제로부터 도망친 것에 대한 책임이 더 남아있을 뿐일 거라는 생각. 하지만 난 어딘가 아무도 모르게 짱박힐 곳이 필요했다!
이전에 상담을 배운 기억으로 상담소를 찾았다. 나에게 치유상담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상담가의 말을 듣고 치유상담프로그램이 적당한 곳이 없을까 하면서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져보다 ‘마음수련’이라는 말에 이끌려 검색을 해보았다. 예전에 학교에서 한시간 동안 ‘교원을 위한 마음수련’ 직원연수를 받은 기억이 얼핏 떠올라 그때의 기억으로 마음수련회 홈피에서 일정을 보고는 무작정 짐을 싸서 논산 본원엘 갔다. 마침 교원자율연수 기간이라 일반인 대상 연수보다는 교원연수가 낫겠다싶어서 교원자율연수 1과정을 들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여전히 가족들에게 걸려오는 전화와 내가 끊지 못한 가족들에 대한 애착으로 인해 힘들어했지만 강의를 들을수록 내가 고통을 벗어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길’을 찾아왔음을 알고 감사하게 되었다. 그 모든 고통과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이 다 내가 만든 허상이었고 그 허상이 나가 되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을 가렸음을 조금씩 깨치게 되었다.
지금은 진해지역 마음수련원에서 4과정을 공부중이다. 그러는 동안 나의 가정생활은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죽고싶다는 마음까지 먹었던 그때보다 더 나빠지거나 그대로이지만 나는 한결 여유를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하는 것은 이제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예전에는 반에 꼭 있는 말썽꾸러기들, 그들과 나의 관계는 ‘전쟁’이라고 여겼었지만 이제는 ‘나’라는 입장에서 조금씩 벗어나 객관적으로 보고, 멀리 떨어져서 학생들을 보게 되니 오히려 더 여유로워지고 내가 그렇게 봄으로 해서 학생들도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공부중이지만 이 세상에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다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다. 사람들은 자기라는 틀 안에 수많은 마음세계를 갖고 살아가지만 마음수련은 그것이 허상임을 알게 해주고 또 그것을 버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