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쌍둥이 출산 - 자녀집착증?

8쌍둥이 출산 - 자녀집착증?

복음제일교회 0 1,524 2021.01.13 18:10
여덟쌍둥이 낳은 美 나디아 술레만의 ‘자녀집착증’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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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6명의 자녀 둔 무일푼 싱글맘 양육능력 의문
TV 출연·사이트 개설로 노골적인 돈벌이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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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多多益善)? 과유불급(過猶不及)?

대부분 부부가 외동이거나 둘, 많아야 세명의 자녀를 갖는 게 요즘이다. 맞벌이 때문에 키우기가 힘들어서이거나 혹은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니면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등 적게 아이를 낳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그러면서도 형제가 적은 아이를 보며 나중에 크면 외롭지나 않을까 걱정도 든다.

자녀가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고민이기에 누구도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건 조금 지나치다싶은 한 산모의 이야기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나디아 술레만(33)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 갖기가 인생의 목표

술레만이 일약 유명인사가 된 것은 지난달 26일.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에서 여덟 쌍둥이를 낳은 덕이다. 아무리 체외수정(IVF) 시술 덕이라지만 한꺼번에 여덟명을 출산하는 일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인데다 전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다.

게다가 놀라운 이야기가 하나 더 숨겨져 있었다. 술레만이 이미 여섯 명의 아이를 두고 있던 ‘싱글 맘’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출산으로 그는 총 14명의 아이를 둔 엄마가 됐다. 이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의 모습을 담기 위해 병원 앞에 진을 치는 등 언론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사연을 책으로 내자거나 TV 토크쇼에 출연하라는 제의가 쏟아졌다. 각종 사업 제안들이 쇄도했다.

말을 아끼던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은 출산 후 약 일주일이 흐른 지난 5일 NBC방송의 <투데이 쇼>에서였다. 그는 “항상 대가족을 갖고 싶다는 나만의 꿈이 있었다”면서 “내가 자라면서 부족했다고 생각한 다른 사람과의 교류와 애정관계를 갈망했다”고 밝혔다. 또 “7년 동안이나 인공 수정을 포함해 아이를 낳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술레만의 어머니 앤젤라 역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딸의 인생 목표는 어머니가 되는 것이었다”며 “10대 때부터 자녀 갖기에 집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는 딸 하나만 더 갖고 싶어했다”는 것.

술레만의 자녀를 돌봤던 이웃 욜란다 가르시아는 “술레만은 (자녀를 가져) 매우 행복해 했고 모두 12명의 아이를 원했었다”고 전했다. 술레만은 “여덟명의 아이들에게 성서에서 따온 노아, 요나, 예레미아, 요시야, 이사야, 말리야, 마카이, 나리야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애들은 돈벌이?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조차 아이 갖기를 기피하는 차에 14명의 아이를 가진 술레만의 행보에 “용기있는 결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부양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기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술레만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아이들에게 적절한 보육 환경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술레만 개인의 욕심 때문에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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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쌍둥이를 임신한 나디아 술레만이 출산 8일전 찍은 만삭사진

술레만은 현재 무직으로 한달에 490달러(약 69만원)의 푸드스탬프(식비지원금)와 장애를 가진 아이 3명의 장애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8명의 아이가 늘어남에 따라 술레만이 받는 정부 보조금은 늘어날 전망이다. 그가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은 한달에 최대 2900달러(408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생활하기는 어렵다. 방 3개가 있는 집에 함께 살고 있는 부모는 파산 신청을 한 상태다. 2006년 아동·청소년 발달을 주제로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 봄까지 상담 관련 석사학위를 준비하면서 받은 5만달러(7037만원)의 학자금 대출도 밀려있다. 아이를 갖기 위한 시술에만도 10만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일보다 9주 먼저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는 데 쓰이는 돈은 현재까지 15만3344달러(2억1583만원). 앞으로 12주는 더 있어야 하니 병원비만 80만5056달러(11억3311만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LA타임스는 추산했다.

술레만은 “정부 지원 없이 14명의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들까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어머니 앤젤라는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8명을 더 낳는다는 것은 양심도 없는 짓”이라며 “그는 아이들과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술레만이 슬쩍 여덟 쌍둥이를 키우기 위한 모금용 웹사이트를 개설하자 아이들을 돈벌이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거세졌다. 그는 ‘더 나디아 술레만 패밀리 닷컴’이란 웹사이트에서 방문자들이 쌍둥이들의 사진을 보고 이들에게 필요한 용품을 기부하거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술레만은 유명 토크쇼 출연료로 200만달러와 아기용품 협찬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협박에 위협까지

술레만이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서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라 모두 체외수정으로 임신했다는 점은 아이에 대해서 과도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그는 나팔관 이상으로 임신이 쉽지 않아 체외수정 시술을 받았으며 시술 후 남은 냉동배아를 파괴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결혼에 한번 실패했으며 자녀의 아버지는 모두 ‘데이비드 솔로몬’이라는 정자 기증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세 명의 아이를 입양하고, 세 명의 아이를 낳은 배우 앤젤리나 졸리를 모방하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흐르는 듯한 검은 웨이브 머리 모양에 살짝 부푼 입술, 오똑한 코 등의 외모는 졸리와 비슷하다. 실제 술레만은 졸리를 동경한다는 내용의 팬레터를 몇 차례 보낸 적이 있다고 NBC는 보도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술레만은 여섯 아이를 데리고 잠적했다. 그러나 이제는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는 형편이다.

술레만의 무료 홍보 대행을 맡았던 킬린 퍼트니 그룹도 손을 들었다. 조앤 킬린 대표는 “살해 위협이 담긴 e메일을 100통 이상 받았고 전화 자동응답기도 메시지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홍보대행을 했던 고객 가운데 이처럼 적대적인 비난이 집중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석사 학위를 마친 뒤 육아 전문가로 TV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술레만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호주 아홉쌍둥이 최다 기록
여덟쌍둥이 최장 생존 기대


나디아 술레만(33)의 여덟 쌍둥이 출산은 개인의 선택권 논쟁과는 또 다르게 의료계의 윤리 논란을 부르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1% 내외다. 그래서 아무런 인위적 조치 없이 자연상태에서 여덟 쌍둥이를 낳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배란 촉진제나 시험관 시술, 체외수정과 같은 불임 치료술이 확산되면서 둘, 셋, 네 쌍둥이의 출산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수정란이 무사히 착상할 확률은 25% 수준.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여러 개의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쌍둥이가 탄생할 확률이 자연 상태보다 커지는 것이다.

술레만 역시 이번 여덟 쌍둥이는 물론 기존의 아이 6명 모두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했다. 문제는 아이 숫자가 늘어날수록 산모와 아이의 위험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생식의학학회는 35세 이하의 여성에게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체외수정으로 한 번에 2개 이상의 수정란을 착상시킬 수 없도록 지침을 정하고 있다. 또 3~4개의 수정란이 착상됐을 경우라도 ‘선택적 낙태’를 권장하고 있다. 술레만의 경우에는 선택적 낙태를 권유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일단 술레만의 여덟 쌍둥이는 820~1540g의 저체중으로 태어났지만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아남은 여덟 쌍둥이라는 기록도 기대된다.

앞서 1967년 멕시코에서는 21세 여성이 4명의 여아와 4명의 남아를 낳아 모두 8명을 출산했다. 사상 최초의 여덟 쌍둥이 탄생 기록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태어난 지 14시간 만에 모두 사망했다. 1985년 터키에서 태어난 여덟 쌍둥이도 모두 생존하지 못했다. 1979년 이탈리아 나폴리와 1998년 미 텍사스주, 200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여덟 쌍둥이가 태어났지만 각각 2명, 4명, 7명만이 생존했다.

기네스북에 오른 최다 쌍둥이 기록은 1971년 호주 시드니에서의 아홉 쌍둥이다. 이 가운데 2명은 건강하게 살아남았지만, 나머지 7명은 태어난 지 6일 만에 모두 숨을 거뒀다.

일곱 쌍둥이의 경우엔 대부분 건강하게 살아남은 편이다. 1997년 미 아이오와에서 태어난 매커히스 가족이다. 4명의 남아와 3명의 여아로 구성된 이들 일곱 쌍둥이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날 당시 1.05~1.5㎏에 불과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1998년에는 40대에 접어든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이 4명의 남아와 3명의 여아를 낳아 화제가 됐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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