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자원봉사

치매노인 자원봉사

복음제일교회 0 33 02.01 15:49

27일 오전 9시, 서울 금천구 한 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치매나 뇌졸중을 앓는 노인 25명이 요양 중인 유료시설이다. ‘치매’라는 말이 주는 암울함 탓일까. 건물에 들어서기 전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1, 2층 복도 양 옆으로 10개의 방이 늘어서 있다. 한 방에 들어서니 2평 남짓한 방 안에 이명호(77ㆍ가명)씨가 보였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그는 피곤한 기색이었다.

인기척을 내고 옆에 앉았지만 아무 말이 없다. 1년 전 뇌졸중이 와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됐고 치매까지 앓고 있다고 했다. 마비가 온 오른팔은 굳은 채로 가슴을 향해 접혀 있다. 손발을 주무르며 말을 붙여 보지만 애초부터 쉽게 얘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며느리…가…나…땜에…고생…많았지….” 이씨의 첫 마디. 느리지만 또박또박 했다. ‘치매라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퍼뜩 스친다. 선입견이었다. 차근차근 더듬는 과거의 기억은 또렷한 편이었다.

다만 평생을 몸에 익혔던 정상적인 생활방법 몇 가지를 잊고 있을 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벽에 걸린 물건을 마구 떼어내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던지는 중증 치매노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간병인들은 설명했다.

한번 대화가 오가자 말동무가 그리웠던지 한참을 얘기한다. 그러다 “목욕하러 가셔야 한다”는 말에 금세 표정이 일그러졌다. 보통 이틀에 한번 하는 목욕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뿐 아니라 간병인에게도 고역이다.

몸을 완전히 밀착해 안아서 들어야 하기 때문에 휠체어에 태우는 것조차 혼자 힘으로는 벅차다. 욕실 의자에 앉히고 조심스럽게 웃옷을 벗기려 하자 오른팔이 불편한지 자꾸 몸을 뒤로 뺀다.

방에 들어갈 때는 몰랐었는데 바지를 벗기고 나자 기저귀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하루에 5, 6번씩 기저귀를 교체하면서 수시로 살펴보지만 이렇게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르신 다섯 분을 구석구석 목욕시키고 나니 허리가 뻐근해지면서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맺혔다. 한 간병인은 “간병 일을 시작했다가 하루 만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나마 이런 유료 요양시설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이씨는 나은 편이다. 치매노인을 집에서 감당해야 하는 경우에는 곧잘 가정불화로 이어진다.

사회복지관 이경옥 원장은 “비용 문제로 치매노인을 집에서 모시다가 가정이 파탄지경에까지 이른 뒤에야 데려오는 것을 볼 때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치매에 걸린 노모를 살해했다는 가슴 아픈 보도가 떠올랐다.

목욕을 마치자 점심시간이다. 숨돌릴 틈도 없다. 숟가락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노인을 도와야 한다. 방에 누워 겨우 “아이고, 아이고”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장성민(64ㆍ가명)씨를 부축해 수저를 입에 가져갔다.

밥알만 오물오물 씹어 넣을 뿐 국물은 밖으로 흘리는 게 반이다. 한 손으로 떠먹이고 다른 손으로 닦아주면서 식사를 마치니 장씨는 다시 “아이고”라는 말만 중얼거린다.

다른 방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최옥순(78ㆍ여ㆍ가명)씨가 양말을 흔들면서 어서 들어오라고 한다. 양말을 신겨주려고 다가갔더니 양말을 열심히 접어 무엇인가 만든다. 색종이인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는 다시 양말을 가져오라고 소리를 쳤다. 마침 최씨의 딸이 어머니를 찾아왔다.

어머니를 여기에 모시기까지 쉽지 않았다는 딸은 “처음엔 자식들이 모시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 형제 간에 갈등이 커져 힘들었다”며 “이제 자식들도 마음이 편하고, 더 자주 찾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성 치매에 대한 인식전환을 당부한다. 서울시 치매노인종합상담센터 관계자는 “치매를 노망이나 정신이상으로 치부, 숨기려고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와 요양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이 적은 요양시설을 확충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5년 치매노인 규모가 35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후 5시, 자원봉사를 마치고 나서는 기자에게 노인들이 “언제 또 놀러 올 꺼야”라며 배웅을 했다. 무표정했던 얼굴 위에서 조그만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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