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5-06-28 20:16
[배아줄기세포연구,무엇이 문제 인가] (중) 배아복제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 배아는 인간이 아닌 단순한 세포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배아와 인간은 어떤 근본적 차이점이 있다고 보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이점은 없다고 봐야 한다. 수정란이 만들어진 후 통상 1주일 시점에서 자궁에 착상하고 다시 1주일이 지나면 배아가 된다. 배아는 식물로 말하면 씨눈이나 다름없다. 이 배아에서 원시선이 나타나고 수정 후 1개월 정도 지나면 태아로 발전하는데 이 태아가 신생아로 그리고 성인으로 성장한다. 따라서 수정란 배아 태아 신생아 성인 사이에는 그 존엄성에서 차이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태아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신생아는 아직 걷지 못하기 때문에,미숙아는 또 미숙하기 때문에라는 등의 이유로 이들이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생명체의 형태가 뚜렷해질수록 혹은 세포 분화가 더 많아질수록 그 존엄성은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배아는 성인이 되는 중간 단계일 뿐이다. 완전한 유전자를 갖춘 생명체다. 따라서 배아가 단순한 세포덩어리라는 주장은 유물론적 사고에 근거한 것이다.
-그렇다면 체세포 복제 기술로 생성된 배아도 완전한 인간으로 봐야 하는가.
△당연하다. 체세포 복제 기술로 만들어진 배아는 과학기술에 의해 제조된 일종의 ‘생산품’인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인간 생명의 시작은 정자와 난자의 DNA가 절반씩 합쳐진 수정란의 생성에 의해서만 비롯된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최근 온전한 DNA를 가지고 있는 체세포핵을 난자에 삽입하는 체세포핵이식에 의해서도 인간 생명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새로운 방법을 과학자들은 알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체세포 복제 배아를 만약 자궁에 착상시키면 성인으로 성장 가능하다. 체세포 복제 기술로 탄생한 돌리 양을 보고 누가 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체세포 복제 기술로 생성된 배아 역시 완전한 인간임에 분명하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함께 차라리 복제배아 연구도 병행하면 어떨까.
△언뜻 생각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엄청난 함정이 숨어 있다. 복제 배아의 윤리성을 따지지 말고 난치병 치료라는 큰 가치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자는 논리다. 논의의 핵심을 피해보겠다는 궁색한 논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경제원리에서 돈을 버는 것은 단순히 목표일 뿐이다. 결코 최상의 가치는 아니다. 만약 돈을 버는 것이 최상의 가치라면 도둑질해서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 용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상의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도둑질까지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로 난치병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생명을 파괴하는 복제 배아를 연구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도둑질을 해서라도 돈을 벌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논의의 영역을 영혼쪽으로 돌려보자. 배아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을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영혼의 문제는 신학의 범주에 속해 있다. 그렇지만 과학은 끊임없이 영혼의 존재 유무에 대해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속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성경 또한 신체에 언제 영혼이 들어오는가에 대한 직접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인간에게 영혼이 깃든 시점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수정란 시기로 볼 수 있는 몇몇 구절이 있다(시 139:13,눅 1:41;44,1:46∼47). 이 구절에 따르면 인간 생명은 영혼과 몸이 결합될 때 시작되며 그것이 분리될 때 끝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서의 무오성을 믿는 신학자나 신자라면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영혼의 시점이 수정란이란 분명한 기준을 포기하고,언제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고 모호하게 대응하면 생체실험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게 된다. 예를 들면 배아 무뇌아 식물인간 정신질환자 치매환자 등의 영혼 존재 여부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만약 무뇌아의 경우 영혼이 없다고 한다면 이들은 얼마든지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최근 복제 배아 문제와 다소 거리가 없지 않으나 이 또한 향후 어떤 형태로든 문제제기가 될 것으로 분석돼 묻는다. 다름 아닌 이종교잡문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조 4항에 따르면 ‘체세포핵 이식 행위’라 함은 핵이 제거된 인간 또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어 이종교잡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이런 법안이 어떻게 입법됐는지 궁금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법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상해보라.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연구를 이 법안은 허용하고 있지 않는가? 만약 과학자의 실수나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키 위해 이종교잡에 의해 분화된 배아가 시험관에서 연구 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누구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겠는가?
대담:남병곤기자 nambgon@kmib.co.kr
[배아줄기세포연구,무엇이 문제 인가] 길원평 교수는
1978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타바버라분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물리학회 회원으로서 부산대 물리학과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물리학과 교수인 그는 과학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섭리 전파’에 있다는 신념에 근거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cbioethics.org)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연구,무엇이 문제 인가] 키워드
△복제배아:통상 체세포 복제 배아를 일컫는데 이는 체세포핵 이식(치환) 행위에 의해 생성된 배아를 말한다.
△체세포핵 이식 행위:핵이 제거된 인간 또는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행위.
△배아의 원시선:수정후 14일 정도 되는 배아에서 처음으로 분화가 일어나는 신호를 말한다. 이 원시선은 신경계로 분화해 신체의 가장 중추가 되는 척추를 형성한다